국민의힘이 11일 전당대회 합동연설회를 방해한 한국사 일타강사 전한길 씨를 제명하기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이 같은 조치로 당내 분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 중앙윤리위원회는 이날 전 씨가 합동연설회를 방해했다는 사유를 들어 징계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여상원 중앙윤리위원장은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회의를 연 뒤 취재진과 만나 "외부적으로 나타나고 언론에 보도된, 당무감사실에서 조사한 내용이 맞는다면 전 씨의 사안이 징계를 개시할 만한 사유가 되기 때문에 만장일치로 징계개시를 결정했다"라고 이같이 밝혔다.
여 위원장은 "오늘은 예상과 달리 결과를 낼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며 "피징계요구자인 전씨에게 징계 개시 사실을 알리고 소명하려면 하라는 통지를 서면으로 보내게 돼 있다. 그 공문을 오늘 오후 전씨에게 보내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이 2∼3일 걸릴 수 있다. 오는 14일 오전 10시 30분 윤리위를 다시 개최해 전씨가 출석한다면 소명을 듣고, 출석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자료를 가지고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윤리위는 징계 개시를 결정하면 당사자에게 서면으로 소명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본인이 윤리위에 출석해 입장을 밝힐 기회를 주겠다는 공문을 서면으로 보내도록 한다.
다만, 당헌·당규상 징계 사유가 중대하고 명백한 경우 위원회 재적 위원 과반수 의결로 소명 절차를 생략할 수 있으나, 전 씨에게도 소명기회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여 위원장은 설명했다.
전씨는 지난 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일부 당원들과 함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후보들을 향해 "배신자"라고 외치며 소란을 일으켰다.
그러자 안철수 후보 등은 전 씨의 행위가 전당대회라는 당의 공식 행사를 방해하고, 당내 갈등을 심화시켰다고 주장하며 당무감사 및 제명을 촉구했다.
이러한 논란으로 인해 당내에서는 전 씨를 둘러싸고 징계에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심지어 당 일각에서는 전 씨가 당내 특정 세력을 대변하며 당권을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이날 공개 석상에서부터 당 지도부는 전씨 행위를 강하게 질타했다.
송언석(경북·김천)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지난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전씨는 방청석 연단에 올라 집단적인 야유와 고함을 공공연히 선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엄중하다"며 "당 윤리위는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조속히 결론 내려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비대위원인 김대식 의원도 전씨와 관련해 "당에 해를 끼치고 앞으로 우리 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하면 징계뿐만 아니라 출당 조치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반대로, 당 안팎에선 전씨의 입당 사실이 알려진 이후 전씨가 내분을 유발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적지 않았음에도 당 지도부가 그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다 뒤늦은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수도권 원외당협위원장은 "전한길이라는 책임 당원도 아닌 사람이 등장해서 전대의 모든 관심을 끌어가는 것 자체가 이 당이 엉망진창이라는 방증"이라며 "지도부가 전씨를 과거 발언으로 처벌하겠다고 해놓고 서울시당으로 넘겨 질질 끌다가 결국 이런 사태를 맞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전 씨가 당의 전대 출입 금지 조치에도 향후 연설회에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만큼 징계 조치가 내려져도 이에 반발하며 연설회 장외에서 소동을 일으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