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을 관통했던 TK 중진 정치인들의 광역단체장 도전이 잇따르며, 지역 정치의 무게추가 다시 ‘경험과 상징성’ 쪽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경산에서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대구에서는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연이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TK 정치 지형에 분명한 존재감을 던졌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경산시민회관에서 열린 최경환 전 부총리의 출판기념회장은 행사 시작 전부터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경북도민과 지지자 등 3000여 명이 몰리며 ‘정치적 체온’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김기춘·안종범·강석훈 등 박근혜 정부 핵심 인사들과 함께, 현직 국회의원과 광역·기초단체장, 이강덕 포항시장, 김재원 최공위원까지 대거 참석한 이날 행사는 단순한 출판기념회를 넘어 ‘친박 정치 네트워크의 재집결’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정책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 초이노믹스’와 에세이 ‘최경환입니다’를 통해, 최 전 부총리는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공과를 정면으로 다루며, 탄핵의 소용돌이 속에 “묻혀 있던 10년 기록을 이제는 평가받고 싶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최 전 부총리는 서문을 통해 "역대 대통령 중 박근혜 대통령만큼 공은 묻히고 과만 부각돼 평가받는 인물이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하고, 창조경제를 비롯한 경제 정책 성과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묵혀두었던 원고를 꺼냈다고 밝혔다.
또 이 책에는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구조개혁의 긴박했던 과정과 사상 최고 국가신용등급 달성, 한·중 FTA 타결 등 대한민국 경제 영토를 넓히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생생한 비화가 담겼다.
함께 출간된 에세이 '최경환입니다'에서는 화려한 공직자의 모습 뒤에 가려진 고뇌와 실패, 그리고 독방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느꼈던 성찰의 시간들을 감성적인 문체로 담아내어 독자들에게 따뜻한 울림을 선사했다.
최 전 부총리는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저를 잊지 않고 찾아주신 한 분 한 분의 얼굴을 뵈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출판기념회를 빛내주신 내외빈 여러분의 과분한 사랑과 격려를 평생의 거름으로 삼아 보답하며 살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역정가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정치 재개의 명분과 명확한 서사 확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뒤이어 이날 국회 최다선(6선), 원내대표와 국회부의장을 지낸 주호영(수성구·갑) 의원이 ‘중량급 카드’를 내세우며 본격 등판했다.
그는 이날 14시 박정희 동상이 있는 동대구역 광장에서 '대구의 재도약'을 선언하며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주 의원은 “대구의 핵심 현안은 중앙정부와의 정치력 없이 풀 수 없다”며, 행정 경험과 국정 조율 능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대구의 핵심 현안으로는 △대구·경북 행정통합 △통합신공항 △취수원 이전 등으로 꼽고, 대구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과 포부를 밝혔다.
주 의원은 “대구의 숙원 사업들은 정치적 결단과 중앙정부와의 긴밀한 협상이 필수적인 과제이다”고 강조하면서 “대구의 난제를 해결할 ‘준비된 최적임자’”라고 밝혔다.
주 의원은 이날 일정을 기점으로 대구 전역을 도는 민생 소통 행보도 예고했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출마를 두고 “대구시정의 안정형 선택지”라는 평가와 함께, “이제는 관리가 아닌 미래 비전 경쟁이 필요하다”는 상반된 목소리도 동시에 나온다.
시민 반응은 복합적이다.
“경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기대와 함께, “또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공존한다.
특히 2030 세대를 중심으로는 세대 교체와 확장성을 핵심 잣대로 보는 시선도 뚜렷하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지금 TK 중진들의 도전은 정권 교체기 이후 흔들린 보수의 중심을 다시 세우려는 시도”라면서도 “과거의 명성만으로는 경선을 통과하기 어렵다”고 관측했다.
전문가들은 TK 중진들의 도전이 성공하려면 세 가지 관문을 넘어야 한다고 전망한다.
첫째, 세대 확장성. 둘째, 경제·산업 비전에 대한 구체성. 셋째, ‘중진 피로감’을 상쇄할 새로운 서사다.
특히 당내 경선에서는 “상징성 대 새로움”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 조직력만으로는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경환과 주호영’ 한 사람은 과거 정부의 경제를 상징했고, 다른 한 사람은 국회 정치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들의 광역단체장 도전은 단순한 개인 행보를 넘어, TK 정치가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가에 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오는 2월 3일 예비후보 등록을 기점으로, TK 민심은 보다, 냉정한 선택의 시간을 맞게 될 전망이다.
경험의 무게가 미래의 설계로 이어질 수 있을지, TK 정치의 다음 장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