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는 29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전 대표 가족들의 이른바 ‘당원 게시판 여론 조작’ 문제를 이유로 중앙윤리위원회가 내린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 처분을 확정했다.
윤리위가 제명 결정을 내린 지 16일 만이다.
이날 최고위는 의결권을 가진 9명만 참석한 가운데 20분가량 비공개로 진행됐고, 거수 표결 결과 ‘찬성 8명, 반대 1명’으로 제명이 의결됐다.
친한계 대구 출신 초선의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반대 의사를 밝힌 뒤 퇴장했고, 양향자 최고위원은 “찬성이 아닌 기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제명 효력은 의결 직후 즉시 발생했다.
장 대표는 단식 이후 처음 주재한 최고위에서 당내 최대 분쟁 사안을 스스로 매듭지은 것이다.
이로써 한 전 대표는 향후 5년간 최고위 의결 없이는 재입당이 불가능해졌고, 6·3 지방선거는 물론 재·보궐선거, 차기 총선과 대선 모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문제는 시점이다.
최근 리얼미터 정당지지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반등세를 보이며 40%대에 접근하면서 야권 전체가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지도부가 가장 강력한 내부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다.
수도권에서는 ‘강한 리더십’, ‘질서 회복’으로 읽힐 수 있지만, TK 정치권의 해석은 훨씬 복잡하다.
전통적으로 ‘분열에 극도로 민감한’ TK 민심은 지지율 관리와 공천 안정성, 내부 통합, 선거 관리 능력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TK 지역 한 인사는 “당 지지율이 오르는 와중에 내부 최대 주자를 사실상 정치권 밖으로 밀어냈다는 점에서, TK에서는 ‘굳이 지금이었나’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며 “선거 앞두고 불필요한 변수를 스스로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전 대표 제명으로 친한계 조직과 지지층의 이탈 가능성, 무소속 출마 또는 소극적 선거 참여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TK 기초단체장·광역의원 선거에까지 미묘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제명 확정으로 장동혁 지도부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졌다.
“당 기강과 지도체제에 도전하면 누구든 예외 없다”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당권 장악과 지도부 권위 강화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승부수’가 아니라 ‘올인’에 가깝다고 본다.
제명 이후 당 지지율이 추가 상승하거나 최소한 유지된다면 장 대표의 리더십은 공고해지겠지만, 반대로 TK를 포함한 핵심 지지층에서 이탈 조짐이 감지될 경우 모든 책임은 고스란히 장동혁 지도부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특히 TK에서는 이번 사안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거리 문제, 당원 게시판 논란을 넘어 보수 내부의 세대·노선 충돌”로 인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제명으로 갈등을 정리했다기보다, 갈등을 제도권 밖으로 밀어낸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여하튼 한동훈 전 대표 개인의 정치적 타격은 치명적이지만, 이번 사태의 진짜 시험대는 6·3 지방선거다.
TK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절대 우위이지만, 낮은 투표율·조직 이완·내부 냉소는 언제든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TK는 등을 돌리기보다 말없이 빠지는 지역”이라며 “제명이 옳았느냐는 평가는 지금이 아니라, 지방선거 투표율과 득표율에서 냉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장동혁 지도부가 선택한 ‘강한 결단 정치’가 보수 재결집의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선거를 앞둔 자해적 분열로 기록될지는 이제 TK 민심이 답하게 된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