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4개월 앞두고 전국 4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 중인 광역단체 행정통합 논의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대구·경북(TK) 정치권도 거센 파고에 직면했다.
전남·광주, 충남·대전, 부산·경남과 함께 TK까지 ‘통합 선거’ 가능성이 가시화되자 여야 모두 전략 수정에 나서는 등 지역 정치 지형이 요동치는 모습이다.
특히 대구·경북은 여야를 막론하고 통합 추진에 비교적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특별시’ 단일단체장을 뽑는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에 따라 기존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선거 구도는 사실상 원점에서 재편될 전망이다.
최근 정부가 향후 4년간 최대 20조 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인센티브’로 제시하면서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국민의힘 경북도당위원장 구자근(구미) 의원과 대구시당위원장 이인선(수성구)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대구경북특별시 설치 및 한반도 신경제 중심축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제출했다.
이 법안에는 국민의힘 대구 지역 의원 12명 전원과 경북 지역 의원 13명 중 10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TK 정치권에서는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통합 드라이브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다만 지역 내 온도차도 감지된다.
경북 북부권을 지역구로 둔 김형동(안동·예천), 박형수(의성·청송·영덕·울진), 임종득(영주·영양·봉화) 의원은 인구 유출과 행정·재정 소외 가능성을 우려하며 공동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대구 중심 흡수 통합’에 대한 경계심도 여전히 존재하는 모습이다.
통합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6·3 지방선거에서는 대구와 경북을 아우르는 단일 단체장을 선출하게 된다.
선거구가 대폭 확대되는 만큼 후보들은 기존 지역 기반을 넘어선 광역적 인지도와 연대 전략이 필수 과제가 된다.
현재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화했거나 거론되는 인물만 해도 주호영·추경호·윤재옥·최은석 의원 등 현역 의원 4명에 달한다. 여기에 유영하 의원의 가세 가능성도 거론된다.
경북지사 후보군으로는 이철우 현 지사를 비롯해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이강덕 포항시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통합 선거가 현실화될 경우 이들 후보 간 ‘합종연횡’과 조기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TK 정치권 관계자는 “통합 단체장은 사실상 ‘TK의 얼굴’이 되는 자리”라며 “기존 대구·경북 내부 경쟁을 넘어 상호 연대와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행정통합은 여야 중앙당의 지방선거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민의힘은 전통적 텃밭인 TK에서 통합 성과를 부각하며 ‘대구경북특별시’ 출범을 지방선거 최대 치적으로 내세운다는 구상이다.
반면 민주당은 TK 통합 논의에 공식적 반대는 하지 않으면서도, 재정 배분과 지역 균형 문제를 고리로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당 관계자들은 “통합 자체보다 통합 이후의 권한과 자원 배분이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며 “선거 과정에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치권에서는 충남·대전, 부산·경남 통합 논의가 여야 간 주도권 싸움과 진통을 겪는 것과 달리, 대구·경북은 상대적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만큼 TK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행정통합 성패’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행정통합이 단순한 선거 이슈를 넘어 향후 TK 발전 전략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 재편, 인구 감소 대응, 광역 교통망 구축 등 굵직한 현안들이 통합특별시 구상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TK 중진 정치인은 “통합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며 “대구·경북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변화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면 선거에서도, 통합 이후에도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하튼 행정통합이라는 ‘둑’이 터지며 요동치기 시작한 지방선거판 그 중심에 선 TK정치권의 선택과 전략이, 올 6월 전국 정치 지형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