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뿌리 깊은 부정부패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부문에 대한 감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부정부패 4대 백신 프로젝트'를 12일 발표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 강조한 '사전예방조치'의 구체적인 후속 방안이다.
그동안 부정부패비리를 적발하고 처벌을 강화했지만 이는 사후 조치라는 한계가 있는 만큼, 앞으로는 부패·비리 요인을 사전에 감시·경고하는 시스템을 갖춰 부정부패비리를 미연에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몸도 건강을 위해 예방에 신경을 쓰는 게 추세이듯 사회적인 부조리, 비리 부패 등에 대해서도 미리 선제적으로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며 "사전예방조치가 정부에서 곧 발표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실시간 부패감시 ▲선제적 리스크 관리 ▲정보 상시 공유·연계 ▲내부 클린시스템 운용 등 '부정부패 4대 백신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일하는 방식을 개선함으로써 공공부문 전반의 부정부패·비리 요인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관련예산 135조원(전체 240조원 중 우정사업본부 자산 105조원 제외)의 약 4%에 해당하는 5조원 정도의 예산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25조2000억원 규모 국책사업 대상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마련
우선 정부는 '실시간 부패감시' 강화를 위해 SOC(사회간접자본) 등 대형국책사업과 대규모 방위사업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재난안전통신망 사업(1조7000억원 규모), 평창동계올림픽 준비(5조1000억원 규모), 과학벨트 조성(5조7000억원 규모), GTX 등 SOC 사업(12조7000억원 규모) 등 25조2000억원 규모의 국책사업이 그 대상이다.
지난해 10월 신설된 국무조정실 대형국책사업관리팀이 실시간 모니터링을 총괄 관리한다. 재난통신망 사업과 평창올림픽 준비 등 국민적 파급효과가 큰 사업에 대해서는 국민안전처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소관부처에도 별도의 합동 검증팀을 마련해 이중 관리가 가능하게 했다.
방위사업 비리를 예방하기 위한 감시 시스템의 일환으로 올해 초 방위사업감독관을 방사청장 직속으로 신설해 비리 여부를 상시 감시하도록 했으며, 방사청 내 감사관실도 추가 신설해 자체 감사기능도 강화했다고 정부는 전했다.
◇'리스크' 큰 우정사업본부·무역보험공사 등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정부는 대규모 자산을 운용하거나 독점적인 업무 성격으로 부정부패·비리 우려가 높고 비리 발생시 피해 규모가 큰 우정사업본부와 무역보험공사, 철도시설공단 등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약 105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 중인 우정사업본부에 '위험관리부서'가 확대·개편된다. '위험관리부서'를 현재 팀장급에서 과장급으로 격상, 과장급인 자산운용부서를 견제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우정사업본부장 직속으로 외부 전문가를 부서장으로 하는 '준법감시부서'를 신설, 실무자는 물론 경영진까지 실질적으로 감독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미래창조부장관이 금융위원회에 요청해 2년 내 1회 이상 정기검사 실시하고 금융사고 발생 시에는 수시 검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인력을 지원 받아 정기·수시 검사를 실행하게 된다.
무역보험공사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된다. 50만 달러 이상 수출계약에 대해서는 현장실사 등 진위 여부 확인을 의무화 했고, 1억 달러 이상 계약시 사장이 직접 결재토록 하는 등 전결 규정을 개정했다. 또한 1년에 두 차례 보증 기업 전체에 대한 특별모니터링을 실시, 이상 징후를 보이는 기업을 사전에 걸러낼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한국무역보험공사의 2급(부장급) 이상 직원은 공직자에 준해 재산등록을 의무화할 예정이며, 징계위원회에 외부위원을 과반수 이상 참여시키고 보증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하도록 책임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관련 법률을 개정해 금감원 정기 검사를 받도록 했다.
◇부정수급 예방 위해 정보 공유 강화, 내부 클린시스템 운용도
국가 예산의 부정수급을 막기 위한 부처 간 정보 공유·통합 시스템도 마련된다. 예를 들면 올해 18조9000억원이 투입되는 국가 R&D(연구개발) 사업의 경우 2017년까지 연구비 부정신청 사례를 자동 추출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고용보험, 국세청 DB(데이터베이스)를 연계하는 식이다.
올해 58조4000억원이 투입되는 국고보조금 분야 역시 2017년까지 통합관리시스템이 구축될 예정이며, 올해 4조7000억원이 투입되는 실업급여 분야는 현재 4대 사회보험 정보 중심으로 운용 중인 부정수급 통합전산관리시스템에 국세청 등 유관기관의 정보까지 공유된다.
아울러 부정수급 사례가 적발되더라도 사업주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에 따라 부정수급 사업주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예외 없이 입건하고 사기죄도 적용해 징역형 선고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부정수급액의 5배까지 벌금을 부과하고, 상습적인 부정수급 행위에 대해선 3회 이상 적발시 최대 3년간 수급자격을 제한하는 등 복합적인 제재 조치가 이뤄진다.
정부는 또 각 부처의 자체 감사 역량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부처별로 자체감사 역량 계획을 수립·추진하고, 각 부처의 자체 감사 개선 실태와 감사 우수 사례를 공유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강압적인 조사나 절차상 하자로 인해 법 집행의 신뢰를 떨어 뜨린다는 지적을 받았던 공정거래 조사 분야에 국제 기준과 관행에 부합하는 사건관리시스템을 도입, 투명하고 공정한 사건처리를 가능케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