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도의 중심 역이었던 안기역(安奇驛)은 오늘날처럼 열차가 오가는 곳은 아니었지만, 사람과 말, 공문서와 물자가 오가던 중요한 플랫폼이었다. 이번 전시는 지금은 사라진 옛 역을 통해 조선시대 안동의 길과 역, 그리고 그 길을 운영하고 이용했던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천재 화가 단원 김홍도가 찰방으로 머문 안기역의 일상
조선시대 전국에는 40여 개소의 찰방역이 거점으로 존재했고, 그에 따른 속역이 함께 운영되었다. 찰방역이었던 안기역은 11개의 속역을 관할했다. 역의 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을 ‘찰방(察訪)’이라고 했는데, 찰방은 종6품 관직으로 임기는 30개월이었다.
『안기역지』에는 안기역을 거쳐 간 찰방들의 명단이 기록되어 있어 흥미를 더한다. 안기역의 찰방으로는 퇴계 이황의 아들 이준, 의병장을 지낸 배용길, 서애 류성룡의 손자 류원지 등 안동지역에서 덕망이 높았던 인물들이 부임했다. 후대에는 단원 김홍도를 비롯한 화원(畵員)과 의관(醫官) 등 다양한 인물들도 안기역에 부임해 흔적을 남겼다. 이를 계기로 현재 안동시내와 운안동 일대를 가로지르는 도로는 ‘단원로’로 불리고 있으며, 옛 안기역이 있었던 일대에는 단원 김홍도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옛 역로를 따라 걷는 안동의 길과 문화유산
안동에는 창락역에 소속되었던 안교역(풍산), 옹천역(북후), 선안역(도산)과 안기역에 소속되었던 운산역(일직), 금소역(임하), 송제역(길안) 등 6개소의 속역이 있었다. 옛 역과 역로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지금은 그 흔적을 찾기 어려운 곳이 많다. 남아 있는 곳은 유적지가 되었고, 사라진 곳은 오늘날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되었다.
이번 전시는 사라진 옛 역터를 찾아보고, 역 주변의 문화유산을 함께 살펴보는 기회를 마련한다. 옛 역이 있던 현장 가운데 일부는 지금도 큰길이 지나는 교통의 요지로 기능하고 있다. 또한 여행자들에게 숙박과 휴식을 제공했던 원(院)의 흔적도 지명 유래와 유적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록으로 되살린 안기역, 옛길 위에 다시 서다
조선시대 안동을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한 옛 역은 사라졌지만, 옛사람들이 남긴 기록 속에는 역을 오가던 흔적과 기억이 남아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안기역지』의 기록을 바탕으로 사라진 옛 안기역의 도면을 복원하는 작업도 시도하였다. 관람객은 옛 기록과 복원 그림을 비교하며 안기역의 규모와 구조를 짐작해볼 수 있다.
조선시대 안동과 다른 지역을 잇던 중요한 교통 거점이었던 안기역은 옛 안동의 일상과 행정, 문화가 교차하던 장소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가 기록 속 옛길을 오늘의 발걸음으로 다시 걸으며, 조선시대 안동의 모습을 새롭게 만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연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