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념 갈등에 대한 우려는 최근 3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으며 빈부격차, 지역 갈등, 세대 갈등 등을 압도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48.2%가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갈등으로 '보수·진보 등 이념 갈등'을 선택했다.
이어 빈부격차 13.5%, 수도권·지방 불균형 12.8%, 영호남 등 지역 갈등 9.7%, 세대 갈등 5.8%, 남녀 성별 갈등 3.0% 순으로 집계됐다.
이념 갈등 응답은 2위인 빈부격차보다 34.7%포인트 높았으며, 빈부격차·수도권 지방 불균형·지역 갈등을 모두 합한 수치(36.0%)보다도 높아 사실상 다른 갈등 요인을 압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념 갈등 인식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2024년 조사에서는 34.4%, 지난해에는 36.9%였으나 올해는 48.2%까지 치솟았다.
지난해와 비교해 11.3%포인트, 2년 전과 비교하면 13.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반면 과거 대표적인 사회 갈등 요인으로 꼽혔던 빈부격차는 2024년 24.0%에서 지난해 14.9%, 올해 13.5%로 감소했다.
이는 경제적 양극화보다 정치적 진영 대립이 국민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사회 문제로 부상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난해 12·3 내란 사태와 탄핵 정국, 올해 6·3 지방선거와 선거관리위원회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장기화되면서 정치 양극화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는 정치적 성향과 지지 정당을 가리지 않고 이념 갈등을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념 갈등을 선택한 비율은 진보층 45.3%, 중도층 48.6%, 보수층 52.5%였다.
정당 지지층별로도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44.8%, 국민의힘 지지층의 54.4%가 이념 갈등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정치적 진영이 다르더라도 한국 사회의 갈등 구조가 정치적 대립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데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다.
청년층 인식 변화도 눈길을 끈다.
불과 2년 전인 2024년 조사에서는 18~29세의 29.6%가 성별 갈등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아 이념 갈등(22.9%)보다 높았다.
그러나 올해는 18~29세의 45.0%, 30대의 43.7%가 이념 갈등을 가장 심각한 사회 갈등으로 응답했다.
반면 성별 갈등은 각각 9.0%, 4.7%에 그쳤다.
청년층에서조차 젠더 갈등보다 정치적 양극화가 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또한 지방에서는 여전히 수도권 집중 문제에 대한 위기의식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지방 불균형을 가장 심각한 갈등으로 꼽은 비율은 광주·전라 22.4%, 대구·경북 19.2%, 부산·울산·경남 17.8%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남 33.1%, 경남 25.9% 등 비수도권 지역에서 높은 응답이 확인됐다.
지방소멸과 인구 감소, 산업·교육·문화 인프라의 수도권 집중 문제가 여전히 지역민들의 중요한 관심사로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직업군 신뢰도 조사 결과도 주목을 받았다.
국민들이 가장 신뢰하는 직업군으로는 기업인이 19.7%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교육연구원 12.2%, 의료인 9.1%, 문화·예술·체육인 8.0%, 종교인 6.0%, 군인 5.9%, 공무원·행정관료 5.8%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치인 3.0%, 법조인 2.7%, 언론인 2.4%는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 통합을 이끌어야 할 정치권과 공론장을 형성하는 언론에 대한 신뢰가 낮게 나타난 것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또 다른 과제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경제 문제보다 정치 갈등이 더 심각하다고 느끼는 국민이 절반에 육박한다는 것은 한국 사회의 분열 수준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라며 "특히 TK를 비롯한 비수도권에서는 정치 갈등 못지않게 수도권 집중 문제에 대한 불만도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번 조사는 휴대전화 100% RDD 방식 ARS 조사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이며, 응답률은 3.8%다. 자세한 내용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