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농협중앙회에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채무조정 유도 강화를 권고하면서,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동해안 농어촌 지역의 금융복지 사각지대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10일 감사원이 공개한 '주요 농업정책자금 지원사업 운영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60세 이상 고령자와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보유한 부실채권에 대해 채무 감면과 분할상환 등의 채무조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관련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농협중앙회가 농협자산관리에 매각한 부실채권 사례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 취약계층 채무자들이 채무조정 대상임에도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포항지역 농업계는 이번 감사 결과가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 현실과 맞물려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포항 북구 죽장면과 기북면, 남구 장기면·구룡포읍 등 농어촌 지역은 고령 농업인 비중이 높고, 최근 수년간 이상기후와 생산비 상승, 농산물 가격 불안정이 겹치면서 경영난을 겪는 농가가 늘고 있다.
지역 농업계 관계자는 "농업인들은 금융제도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낮아 지원 제도가 있어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채무조정 대상임을 모르고 연체 부담만 떠안는 사례도 현장에서는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농협중앙회에 취약계층 채무자에 대한 안내 절차를 강화하고 적극적인 채무조정을 통해 신용회복 기회를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위기 농업인의 농지를 매입한 뒤 임대와 환매 기회를 보장하는 '농지매입사업'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감사원은 현재 연 3% 수준으로 적용되는 고정 환매요율을 필요할 경우, 인하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농림축산식품부에 통보했다.
이와 관련해 포항지역 농업계는 최근 금리 부담과 농가부채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환매요율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경영 위기에 처한 농가의 재기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감사원은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이 조기에 소진돼 청년농들의 정책자금 이용이 제한되는 문제도 지적했다.
실제로 해당 사업은 2023년 11월, 2024년에는 8월에 각각 예산이 소진되면서 신규 대출이 중단됐다.
포항시가 청년 농업인 육성과 스마트농업 확대를 핵심 농정 과제로 추진하는 가운데, 지역 청년농들 사이에서는 "신청 시기에 따라 지원 여부가 갈리는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농업계에서는 이번 감사 결과를 계기로 단순한 금융지원 확대를 넘어 고령 농업인과 영세농, 청년농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금융상담과 채무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역 농업계 관계자는 "농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경북에서는 채무조정 제도 안내만 제대로 이뤄져도 상당수 농업인이 재기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농협과 관계기관이 현장 중심의 금융복지 강화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