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 불균형… 채식위주 식사
▲ 만성 피부질환 발병이 확인되고 있는데, 인스턴트 과다섭취와 거주지 위생불량 등이 인체의 방어체계인 면역력을 교란시켜 발생하는 불상사로 짐작된다. © 운영자
아내와 딸을 필리핀으로 유학 보낸 후 조그마한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는 44세 직장인 B씨는 요즘 생활이 말이 아니다.
아침은 고사하고 회식이 없는 날은 저녁도 제대로 챙겨 먹기 힘들다. B씨는 저녁을 주로 햄버거나 라면 등의 인스턴트 음식으로 때우는데, 하루 세끼를 한식 중심의 식단으로 꼬박 챙겨 먹었던 때보다 체중이 10kg이 불어나 고혈압 위험판정을 받은 상태다.
만성피로에 시달리다 보니 집 안의 위생상태도 엉망이다. 그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유일한 친구인 술과 담배가 각각 작은 상자와 재떨이에 담겨 거실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으며, 기침이 유발될 정도로 먼지가 가득하다. 또한, 설거지를 미루다 보니 싱크대에서는 음식 상한 냄새가 진동한다.
그러던 어느 날 B씨는 피부 곳곳에 빨간 병변이 발생한 것을 목격했다. 일시적인 증상으로 치부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점차 증상이 심해지며 가려움증까지 동반하자 피부과를 방문했다. 그는 예상치도 못한 진단을 받았는데, 바로 아토피 피부염이다.
기러기 아빠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그들의 외롭고 불행한 삶이 각종 방송을 통해 조명되고 있다. 대부분이 B씨처럼 생활을 온전히 건사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돈을 가족에게 송금해 그들의 의식주마저 무너져가고 있는 형편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중 일부에게 만성 피부질환 발병이 확인되고 있는데, 인스턴트 과다섭취와 거주지 위생불량 등이 인체의 방어체계인 면역력을 교란시켜 발생하는 불상사로 짐작되고 있다.
중년 아토피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40대 환자가 2008년 4만 8,000명에서 2012년 5만 2,000명으로 8.3%, 같은 시기 50대 환자는 3만 5,000명에서 4만 5,000명으로 28% 증가한 상태다.
하늘마음한의원 노원점 김양은 원장은 “기러기 아빠들의 생활을 분석해보면, 면역력 교란과 저하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요새 중년 연령층에서 아토피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노원 아토피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김양은 원장에 따르면, 식사는 하루 세끼 채식 위주로 골고루 먹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인스턴트 음식을 삼가야 하며, 밀가루 섭취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또, 집 바닥의 위생상태는 물론, 환기까지 반드시 신경 써야 한다.
하늘마음한의원 김양은 원장은 “예방에 실패했다면 빠르게 치료를 들어가야 하는데, 면역력을 바로잡는 데 집중하는 ‘내적 치료’가 효과적”이라며 “외부증상에 집착해 스테로이드제를 바르는 치료는 잠깐의 호전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다시 재발하기 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