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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는 지도 속에 살아 있었다”

김상태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6/09/02 16:17 수정 2026.09.02 16:17
정각스님, 문헌 등 200여 점 5일까지 고양서 수집품 전시

“독도는 오늘의 주장으로 만들어진 섬이 아닙니다. 수백 년 전 사람들이 남긴 지도와 기록 속에 이미 독도의 역사가 남아 있습니다.” 20여 년 동안 세계 각국의 고지도와 문헌을 찾아다니며, 독도와 동해 관련 사료 200여점을 모은 한 스님의 집념이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역사적 기록을 한자리에서 보여주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갤러리누리에서 오는 5일까지 열리는 ‘동해·독도지도 200선’ 전시회가 그 무대다.

원각사 주지 정각스님이 불교 관련 고서와 유물을 수집하던 중 우연히 독도가 표기된 옛 지도를 발견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수집 작업은 20여년 만에 동서양을 아우르는 방대한 독도·동해 사료 collection으로 이어졌다.

정각스님은 국제고서상연맹(ILAB) 등을 통해 세계 각국의 고서와 고지도를 추적했고, 가치 있는 자료를 발견하면 수천만원을 들여서라도 구입했다.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스님이 수집한 200여점의 사료 가운데 역사적 가치가 높은 자료들이 공개됐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1732년 프랑스 지도학자 장 밥티스트 부르기뇽 당빌이 제작한 지도다.

지도에는 한반도 동쪽에 독도를 가리키는 것으로 알려진 ‘Tchiang-chan-tao(천산도·千山島)’가 표기돼 있다.

정각스님은 이를 독도의 옛 이름인 우산도(于山島)의 한자를 잘못 표기하면서 생겨난 명칭으로 설명한다.

또 1528년 이탈리아의 베네데토 보르도네가 제작한 세계지도에는 한반도의 형태가 비교적 구체적으로 나타나며, 바다에는 ‘동양해(Mare Orientale)’라는 명칭이 표기돼 있다.

12세기 무슬림 지리학자 무하마드 알이드리시의 지도에는 신라를 가리키는 ‘알실라(Al shilla)’가 등장하고, 1593년 네덜란드 지도 제작자 제라드 드 조드의 아시아 지도에는 한반도를 가리키는 ‘Coora’가 표기돼 있다.

일본의 옛 자료에서도 주목할 만한 기록들이 확인된다.

1848년 에도시대 후기 간행된 ‘화혼이교’에는 조선과 일본 사이의 바다를 ‘조선해(朝鮮海)’라고 표기한 지도가 실려 있다. 1876년 일본 교육자 곤도 야스요시가 펴낸 ‘조선국지지적요’에는 강원도 편에 독도를 죽도(竹島)로 표기하고 조선의 땅으로 기술한 내용이 담겼다.

독도평화재단는 이번 전시가 단순한 고지도 전시를 넘어 독도와 동해에 대한 역사적 사료를 국민과 국제사회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재단은 그동안 독도 관련 역사·지리 자료의 수집과 연구, 교육·홍보 등을 통해 독도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는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동해·독도 관련 고지도 수집과 연구도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다.

국회 부의장을 지낸 이병석(포항북.4선) 재단 이사장은 “민간에서 오랜 기간 수집한 고지도와 문헌 가운데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높은 자료들은 독도 연구의 폭을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자료의 진위와 제작 배경, 표기 과정 등에 대한 전문적인 검증과 연구가 함께 이뤄진다면 국민들에게 더욱 신뢰도 높은 독도 역사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재단는 “고지도는 단순한 과거의 지도가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한반도와 주변 해역, 섬을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기록”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 역시 독도 관련 자료의 조사·연구와 함께 동해·독도 표기 오류 시정, 고지도 수집 및 연구를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전시를 계기로 민간 수집가들이 확보한 독도·동해 관련 사료를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학술적 검증을 거쳐 디지털 아카이브로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각스님은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보면서 옛 지도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자료를 정리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 20년을 넘겼다”며 “이러한 옛 지도와 문헌이 연구 자료로 활용돼 한국의 정체성과 동해·독도가 국제사회에 제대로 인식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각스님은 수집한 자료를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이번 전시 도록을 PDF로 제작해 배포하고, 세계 지도의 역사를 정리한 책도 출간할 예정이다.

재다는 이러한 민간 자료의 공개와 공유가 ‘독도를 주장하는 홍보’에서 ‘사료를 통해 독도를 보여주는 홍보’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독도는 대한민국의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 영토라는 것이 우리 정부와 관련 연구기관의 일관된 입장이다.

국회도서관 자료에 따르면 독도는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1~96번지로 행정구역상 대한민국 영토에 속한다.

재단 김영곤 사무총장은 “독도 문제는 감정적 대응보다 객관적인 역사 자료와 국제사회가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에 공개된 자료들도 관련 전문가들의 검증과 연구를 통해 국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독도 역사 콘텐츠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낡은 종이 위에 남겨진 수백 년 전의 지명과 해역 표기는 오늘의 독도 문제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역사적 창이 되고 있다. 김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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