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재선의 권영진(대구 달서병) 의원이 ‘원내대표 멱살 논란’으로 받은 당원권 정지 징계가 6개월 감경되면서, 2028년 총선 출마의 길이 사실상 열렸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여의도 당사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권 의원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기존 당원권 정지 1년6개월을 취소하고 1년으로 조정했다. 윤리위는 “청구인의 소명과 재심 청구가 이유 있음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앞서 22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회 배정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정점식 당시 원내대표의 멱살을 잡는 등 물리력을 행사해 지난 8월 당원권 정지 1년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후 징계 절차의 정당성과 양정의 적정성을 문제 삼으며 재심을 청구했다.
당시 권 의원은 1년6개월의 징계가 2028년 총선 공천 신청 기회를 사실상 박탈하는 가혹한 처분이라며 재심을 요구했다.
또 장동혁 대표에게 쓴소리를 하고 사퇴를 요구한 데 따른 ‘보복성 징계’라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감경으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당원권 정지 기간이 1년으로 줄면서 2028년 총선 공천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공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규상 당원권 정지 처분은 당내 선거권과 피선거권 등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번처럼 징계 기간이 총선 공천 국면 이전에 종료될 경우 공천 신청 자체가 막히는 상황은 피할 수 있다.
특히 대구 정치권에서는 이번 감경을 단순한 징계 수위 조정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구는 국민의힘의 전통적인 강세 지역으로,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이 사실상 본선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해 왔다.
따라서 권 의원에게 이번 재심 결과는 정치 생명 연장의 최소한의 통로를 확보했다는 의미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권 의원의 향후 정치적 운명은 이제 ‘출마할 수 있느냐’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느냐’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게 됐다.
특히 권 의원은 과거 한나라당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권 인사로 분류됐으며, 2010년 당시에는 친이·친박 계파 갈등 속에서 계파를 넘어선 쇄신파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그만큼 권 의원의 정치적 색채는 단순히 현역 의원 한 명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대구시장 재선 경험을 가진 권 의원이 국회에서 다시 정치적 입지를 넓힐 수 있느냐는 문제는 대구 보수정치의 세력 재편과도 맞물릴 수 있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시각이다.
권 의원은 지난 7월 징계 논란이 불거진 직후 대구시당위원장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고, 자진 탈당 요구에도 탈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시 그는 “잘못에 상응하는 합당한 징계”는 수용하겠다면서도 공정한 절차를 강조했다.
징계가 최종적으로 감경되면서 권 의원으로서는 당내 활동을 단계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다만 ‘징계 감경=공천 보장’은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가 더 큰 정치적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권 의원이 지도부와 어떤 관계를 구축할지, 징계 과정에서 발생한 당내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지, 그리고 자신의 지역구인 달서병에서 현역 프리미엄을 얼마나 유지할지가 관건이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권 의원에 대한 징계 문제가 불거진 뒤 달서병을 사고당협 공모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당시에도 지역 정치권에서는 징계 결과에 따라 당협위원장 문제와 후임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번 결정으로 적어도 ‘2028년 총선 자체가 막히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벗어났지만, 당협 장악력과 공천 경쟁력 회복이라는 또 다른 과제가 남은 셈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특히 권 의원이 이번 감경을 계기로 중앙당과의 관계 회복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한 대구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권 의원에게는 일단 정치적 생존 공간이 확보됐다”면서도 “대구에서는 공천이 곧 본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국 당내 관계와 지역 민심을 어떻게 다시 잡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징계가 감경됐다는 것과 공천을 받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권 의원이 남은 기간 동안 당내 갈등을 어떻게 정리하고 달서병에서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결국 이번 재심 결정은 권 의원에게 끝이 아니라 두 번째 승부의 출발점이 됐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이 대구에서 공천 경쟁력과 당내 통합을 어떻게 조율할지, 권 의원이 현 지도부와 어떤 관계를 구축할지에 따라 달서병을 넘어 대구 정치권의 차기 공천 지형에도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