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1심 법원의 철거 청구 기각 판결로 일단 철거 위기에서 벗어났다.
법원은 동상 설치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과 별개로 대구시가 동대구역 고가교와 상부 광장을 사용·관리할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구지법 민사11부(권준범 부장판사)는 1일 국가철도공단이 대구시를 상대로 제기한 구조물 인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며 소송 비용도 국가철도공단이 부담하도록 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대구시가 국가 소유 토지에 공단과 별도 협의 없이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설치한 것이 위법한지, 또 대구시에 동대구역 고가교와 광장을 사용·관리할 권한이 있었는지 여부였다.
법원은 대구시에 동대구역 고가교상 각종 시설물을 설치하고 관리·운영할 수 있는 사용권 내지 관리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구지법은 판결 직후 “국가철도공단도 대구시에 동대구역 고가교상 사용권 내지 관리권을 용인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시는 고가교 완공 무렵부터 실질적인 소유자처럼 이를 전적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단이 고가교 상부 광장 완공 전 반복적으로 각종 시설물의 총괄적인 설치와 유지·관리 의무가 대구시에 있다고 회신한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동상 설치가 양 기관 간 정비사업 위탁협약에서 별도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인지에 대해서도 법원은 부정적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정희 동상 건립이 해당 협약상 ‘협의가 요구되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대구시가 장차 동대구역 고가교 소유권을 이전받을 지위에 있고, 국가철도공단은 소유권 이전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소유권 귀속과 관련해서는 준공 승인이라는 절차적 문제만 남아 있었던 것으로 봤다.
법원은 동상 설치와 관련한 정치적 논란만으로 대구시의 사용·관리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박정희 동상 건립은 동대구역 고가교의 사용·관리권 범위 내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적 논란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선별적으로 대구시의 사용·관리권 범위를 벗어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동상으로 인해 고가교 구조나 안전상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박정희 동상으로 인해 동대구역 고가교 구조나 안전상 위험이 발생해 철거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에 있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2024년 12월 제막 이후 이어져 온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철거 논란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국가철도공단은 그동안 대구시가 국가 소유 토지에 별도 협의 없이 동상을 설치했다며 철거를 요구해 왔다. 공단은 재판에서도 해당 구조물이 위법하게 설치된 만큼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구시는 동대구역 광장에 대한 사용·관리 권한을 갖고 있으며, 다른 시설물 설치는 용인하면서 박정희 동상에 대해서만 철거를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동상은 홍준표 전 대구시장 재임 당시인 2024년 12월 23일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됐다. 당시 제막식 과정에서 시민사회 내부에서도 찬반 논란이 이어졌다. 국가철도공단은 같은 달 13일 대구시가 별도 협의 없이 동상 설치를 추진했다며 대구지법에 공사중지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이후 동상의 존치를 둘러싼 지역사회의 찬반 논쟁도 계속됐다.
이날 판결을 앞두고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은 법원에 철거 판결을 촉구했고, 철거 반대 측은 시민 3만602명의 서명을 법원에 제출하며 존치를 요구했다.
1심 재판에서 대구시가 승소하면서 당장 동상을 철거해야 할 법적 부담은 피하게 됐다. 다만 국가철도공단이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할 가능성이 있어 최종 결론까지는 법적 절차가 이어질 수 있다.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