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는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읍소하는데 칼자루를 쥐고 있는 대한체육회는 어림없는 소리라며 고개를 젓는다. 선수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
박태환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박태환은 28일 끝나는 제88회 동아수영대회에서 연일 좋은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지만 탈출구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박태환은 지난 27일 주 종목인 자유형 400m에서 3분44초26을 찍었다. 올 시즌 세계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18개월의 공백기도 불구하고 박태환은 해냈다.
맘이 한결 홀가분해진 박태환은 복귀 후 처음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지금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올림픽은 내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 있다고 생각해왔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한 발 더 나아가 "올림픽에서 내 기록을 넘어서는 순간 어떤 메달이든 따라올 것으로 자신한다"며 에둘러 선처를 호소했다.
박태환의 메시지를 받은 대한체육회는 요지부동이다. 조영호 사무총장은 "체육회는 '기록은 기록이고 규정은 규정'이라고 보고 있다"며 호성적이 징계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대한체육회는 금지약물을 사용으로 징계처분을 받은 이에 대해 징계 만료 후 3년 간 대표팀에서 뛸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태환을 지지하는 이들은 국제법과 국내법의 이중 처벌은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한다. 이미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던 선수를 두 배에 해당하는 36개월 간 추가로 묶어둘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박태환측이 떠올리는 가장 좋은 그림은 대한체육회가 입장을 바꿔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하는 것이다. 지금도 늦은 감이 있지만 이 경우 어찌됐든 선수가 원하는 올림픽에서의 명예회복 기회는 얻을 수 있다.
대한체육회가 출전 불가를 고수할 경우 스포츠중재재판소(CAS)로 향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CAS는 2011년 10월 약물복용으로 6개월 이상 제재를 받은 선수는 다음 올림픽에 나설 수 없다는 일명 '오사카룰'을 폐지한 바 있다.
하지만 CAS 제소 절차 자체가 복잡한데다 난관을 뚫고 제소를 하더라도 승소한다는 보장은 없다. 올림픽 전에 문제가 해결될지도 알 수 없다. 충분히 해볼 만한 선택이기는 하지만 실패시 여러 후폭풍들을 감수해야한다.
앞선 두 방법을 통해 해답을 찾지 못한다면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올해 3월2일 FINA 징계에서 벗어난 박태환은 현 규정이 유지될 경우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도 나설 수 없다. 국가대표 복귀전은 2019년 광주세계수영선수권에서나 가능한데 이를 박태환이 감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낱 같지만 변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박태환을 반드시 올림픽으로 보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다면 상황은 바뀔 여지도 있다. 이 경우 대한체육회도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박태환의 약물 사용 사실이 알려질 당시 실망과 분노로 가득찼던 분위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한결 누그러진 모습이다. 이번 대회에서 박태환이 좋은 기록들을 양산한 뒤에는 그에게 마지막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