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발레계의 왕자'로 살아온 발레리노 이원국이 코믹한 계모 역으로 나서는 이원국발레단의 '신데렐라', 발레리나와 복서가 무대와 링에 오르기 직전에 모습을 그리는 휴먼스탕스 아트그룹의 '번(Burn) : 타오르는',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 임혜경이 자신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낸 임혜영 라 발레단의 '이야기가 있는 발레'….
대한민국발레축제조직위원회와 예술의전당이 13~29일 예술의전당에서 펼치는 '제6회 대한민국발레축제'의 모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발레'에 어울리는 공연들이다. 평소 어렵다고 인식된 발레를 좀 더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자리다.
도정임 위원장(한국발레협회 회장)은 3일 오전 서울 을지로에 있는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국무용, 현대무용보다 부족한 발레의 창작 무대가 성장하고 확장하게 해준 축제"라며 "올해 쉽고 재미있는 발레 작품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엠넷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 출연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현대무용 안무가 이루다가 눈길을 끈다. 그녀는 자신이 이끄는 이루다블랙토프로젝트의 '블랙스완레이크'(27·28일 자유소극장)를 선보인다. '백조의 호수'를 흑조들의 이야기로 비튼다. 백조와 흑조가 아닌, 집단과 개인을 대비시킨다. 이를 위해 '미운 오리 새끼' 이야기를 빌렸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이 테크노 등 현대 음악과 리믹스된다.
이루다는 "'댄싱9' 출연 이후 일반 시청자와 다양한 관객을 많이 만났다"며 "대중성에 조금 더 고민하게 됐고, 그 부분에 대해 집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쇼에 맞춰진 공연을 하고 대중이 더 쉽게 아는 가요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정체성 혼란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평론가 평이 아닌, 대중의 솔직담백한 공연에 대한 평을 들었을 때 많을 부분을 배웠다."
"대중을 위한 작품이 꼭 쉬워야만 한다는 생각은 아니다. 다만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말이, 상대적으로 편한 단어, 듣기 좋은 단어,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립무용단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조재혁과 공동안무로 '번-타오르는'을 선보이는 김병조 역시 관객과 공감대를 찾고자 했다. "복서와 발레리나가 연습하고 준비하는 모습을 담지만 관객들 역시 자신의 일상에서 비슷한 점을 느끼고 두근거릴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헤비메탈 록그룹 못지않은 사운드를 들려주는 퓨전국악그룹 '잠비나이'의 강렬한 음악이 심장 박동수를 높인다.
도 위원장 체제로 처음 나서는 올해 가창 큰 차별점은 두 개의 기획공연이다. 대한민국발레축제가 기획공연을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4~25일 CJ토월극장 '기획공연Ⅰ-해외안무가 초청공연'은 국제무대 진출 1세대 무용가인 재독안무가 허용순이 꾸민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발레단, 스위스 취리히발레단과 바젤발레단을 거쳐 독일 뒤셀도르프발레단 수석무용수 겸 발레마스터로 활동했다. 뒤셀도르프 발레학교 교수다.
이번 무대에서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프리마 발레리나였던 비르기트 케일의 의뢰로 지난해 11월 슈투트가르트극장에서 초연한 '디 에지 오브 더 서클(The Edge of the Circle)'과 미국 툴사발레단이 2014년 5월 초연한 '콘트라스트(Contrast)' 등 두 작품을 국내 초연한다. 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주원, 이원철,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황혜민, 엄재용과 함께 엠넷 '댄싱9'의 우승자 윤전일, 이선태, 임샛별과 한류리, 조현상, 김다애 발레·현대무용계 스타들이 힘을 싣는다.
공연을 위해 현재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오가고 있는 허용순은 지난 3~4월 한국에 머물며 무용수들과 안무를 구상했다. 그녀는 이날 영상을 통한 인사말에서 "모던과 발레의 조합이 특별한 색깔을 낼 것"이라며 "참여한 무용수들의 실력이 높아서 뿌듯하고 기뻤다"고 했다.
23~24일 자유소극장에서 펼쳐지는 '기획공연Ⅱ-해외콩쿠르 수상자 초청공연' 무대에는 차세대 젊은 무용수들이 오른다. 스위스 로잔 콩쿠르, 시칠리아 바로카 국제무용콩쿠르, 미국 잭슨 국제발레콩쿠르,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등 굵직한 발레콩쿠르에서 입상한 평균 연령 약 18세 전후의 신예들이다.
특히 8월 미국 보스턴 발레단 입단 예정인 이소정과 역시 같은 달 헝가리 국립발레단 입단 예정인 정지연이 눈길을 끈다. 김단비, 박관우, 박선미, 안성준, 엄진솔, 유현정, 이선우 등이 나온다.
3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서울발레시어터도 힘을 싣는다. 국립발레단은 13일과 14일 오페라극장에서 '국립발레단 스페셜 갈라'로 축제의 개막을 알린다. 강수진 예술감독 부임 이후 국립발레단에서 공연한 대표 작품을 선보인다. 존 크랑코 '오마주 더 볼쇼이'를 비롯해 '고집쟁이 딸', '돈키호테', '백조의 호수' 등 클래식발레부터 국립발레단 안무가 육성 시리즈에서 처음 선보였던 창작발레 등 다양한 작품을 마련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20, 21일 CJ토월극장에서 '디스 이스 모던-두엔데, 마이너스7'을 통해 모던발레의 정수를 보여준다. 나초 두아토의 '두엔데(Duende)'는 신비로운 드뷔시의 음악으로 무용수를 형상화한 작품이고, 오하드 나하린의 '마이너스 7(Minus 7)'은 에너지 넘치는 역동적인 춤을 볼 수 있는 자리다.
서울발레시어터는 14일 오후 6시30분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에서 야외 공연을 올린다. '올 댓 발레'를 통해 낭만발레부터 고전주의, 신고전주의, 그리고 모던 발레 등 발레의 역사 설명을 곁들여 갈라로 선보인다.
2014년과 지난해 호평을 받은 김용걸 한예종 무용원 교수의 대표작 '워크(Work) 2 S'(28·29일 CJ토월극장)는 올해도 관객들을 만난다. 순수한 육체 움직임만으로 모던발레의 매력을 담아냈다.
'대한민국발레축제'의 모든 회차에 참가한 김용걸은 "이 축제가 아니면 이 자리에 있었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도 가지게 된다"며 "안무가라는 길을 걷게 해준 소중한 축제"라고 전했다.
다크서클즈컨템포러리댄스의 안무가 김성민의 '노련한 사람들'(20·21일 자유소극장)은 작년 초연한 작품이다. 서로 다른 취향과 성격의 수많은 사람의 소통 문제를 다룬다.
이와 함께 작년 축제에서 처음 시작돼 생활발레를 즐기는 애호가들로부터 인기를 끈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과 함께 하는 발레체험클래스'가 올해는 2회로 늘어난다. 국립발레단 출신 사진가 박귀섭이 발레무용수의 몸을 주제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감상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전석무료~7만원. 예술의전당 싹티켓. 02-580-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