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로번, 환상의 왼발대결‘침묵’
▲ 메시(오른쪽). 로번. © 운영자
소문난 잔치라고 소문이 났는데 막상 먹을 게 없었다.
10일 오전 5시(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지 상파울루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브라질월드컵 준결승전은 경기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지만 볼거리가 많지는 않았다.
두 팀은 1978아르헨티나월드컵 결승전에서 격돌했던 사이다. 당시 홈팀 아르헨티나는 3-1로 승리를 거두며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이후‘네덜란드 징크스’에 시달렸다. 5차례 만났지만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36년 만에 승리하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다.
네덜란드는 당시 결승전 패배의 설욕은 물론이고 2010남아공월드컵 이후 두 대회 연속으로 결승전에 진출하겠다는 목표가 확고했다. 앞서 3차례 결승전에 진출했던 네덜란드는 우승이 아직 없다. 세계 최고의 왼발로 통하는 에이스 리오넬 메시(28·바르셀로나)와 아리언 로번(30·바이에른 뮌헨)의 맞대결도 축구 팬들에게는 환상의 매치였다. 그러나 전·후반 90분과 연장 30분 동안 단 1골로 터지지 않아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전날 독일과 브라질의 준결승전에서 나온 충격적인 7-1 경기의 여파 때문인지 양 팀 모두 초반부터 신중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개최국 브라질은 무기력한 경기력 끝에 독일에 충격적인 대패를 당했다.
브라질의 경우를 의식한 듯 보였다. 결승전 문턱에서 무리한 운영보다는 안정적이면서 상대의 빈틈을 노리려는 양상이었다. 수비 위주의 탐색전이었다.
각각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 공격의 시발점인 메시와 로번은 상대의 집중 견제 때문에 눈에 띄지 않았다. 이들이 공을 잡으면 수비수 2~3명이 에워싸면서 집중적으로 방어했다.
메시는 앙헬 디 마리아(26·레알 마드리드)가 8강전에서 당한 오른 허벅지 부상 때문에 결장하면서 홀로 고군분투했다. 전반 15분 강력한 프리킥으로 유효슈팅을 때렸지만 골키퍼의 손에 걸렸다. 로번은 자신으로 오는 패스가 여러 차례 차단되면서 고립되는 모습이 잦았다.
네덜란드 선수들은 코스타리카와의 8강전에서 연장전에 이어 승부차기까지 치른 탓에 전체적으로 몸이 무거워보였다. 특히 공격의 쌍두마차인 로빈 판 페르시(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부진했다.
아르헨티나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30·바르셀로나)를 통해 로번 수비에 집중했다. 연장전에서도 양 팀은 일찌감치 승부차기를 의식한 듯 득점을 위한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120분 동안 네덜란드는 슈팅 8개(유효슈팅 5개), 아르헨티나는 7개(3개)를 때렸다.
이날 승부는 승부차기까지 간 끝에 아르헨티나가 4-2로 승리, 1990이탈리월드컵 이후 24년 만에 결승전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