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이 먼저 두 골을 내주고도 연장 승부 끝에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완성, 대한축구협회(FA)컵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서울은 11일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KEB 하나은행 FA컵 32강에서 만난 대구FC를 4-2로 꺾었다.
서울은 이날 먼저 두 골을 실점해 패색이 짙었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K리그 클래식 1위를 달리는 서울이 32강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짙었다.
그러나 위기상황에서 서울의 저력이 빛났다. 후반 중반 이후 두 골을 몰아쳐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연장전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아드리아노가 원맨쇼를 펼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아드리아노는 팀이 0-2로 뒤진 후반 11분에야 그라운드를 밟았으나 시간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후반 29분과 32분 연달아 대구의 골망을 흔들었고, 연장 13분에는 역전골까지 터뜨렸다. 연장 후반 15분에는 프리킥 골까지 꽂아넣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서울은 연패에서 탈출, 분위기 반전에도 성공했다. 앞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정규리그에서 연달아 패배를 당해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으나 이날 승리로 기류를 바꿨다.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소속인 대구는 대어를 낚을 뻔 했지만 뒷심 부족으로 울었다.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역습 전술이 먹혀들어 먼저 두 골을 기록했으나 경기 막판 서울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했다.
세징야가 멀티골을 기록하고 골키퍼 조현우는 경기내내 선방쇼를 펼쳤으나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서울은 아드리아노를 아껴두고 데얀과 박주영 투톱을 선택했다. 고요한, 다카하기, 주세종이 중원을 꾸렸고 심상민과 고광민이 윙백에 섰다. 쓰리백은 오스마르, 김원식, 김남춘이 꾸렸고 유현이 골문을 지켰다.
이에 맞선 대구는 파울로, 최정한을 공격진에 배치하고 정우재, 이재권, 세징야, 신창무, 박세진으로 미드필더 라인을 꾸렸다. 김동진, 황재원, 박태홍이 수비수로, 조현우가 골키퍼로 나섰다.
경기 초반 탐색전에서는 서울이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풀어갔다. 패스를 돌리며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대구의 수비진도 쉽사리 공간을 허용치 않았다.
경기 첫 번째 슈팅은 전반 15분에야 나왔다. 다카하기가 오른 측면에서 올린 프리킥이 아크서클로 흘렀고 달려들던 주세종이 오른발로 때렸으나 수비벽 맞고 골라인 밖으로 흘렀다.
대구도 3분 뒤 좋은 장면을 연출했다. 세징야의 패스를 넘겨받은 파울로가 서울 중앙을 뚫고 들어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고, 옆그물을 갈랐다.
점차 그라운드의 열기가 뜨거워진 가운데 서울이 전반 28분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고요한이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박태홍이 헛발질로 흘리면서 문전 앞의 데얀에게 정확히 연결됐다. 데얀은 골키퍼 바로 앞에서 가슴 트래핑 후 발리킥을 쏘아보냈지만 공이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선제골은 대구의 몫이었다. 대구는 전반 39분 신창주와 박세진이 패스플레이로 서울의 오른 뒷공간을 뚫어냈다. 박세진이 중앙에서 쇄도하는 세징야에게 바통을 넘겼고, 세징야가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자신감이 붙은 대구는 조현우의 선방쇼까지 더해져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조현우는 전반 42분 다카하기의 프리킥을 안정적으로 처리했고, 3분 뒤 데얀의 날카로운 중거리슛을 몸을 던져 처냈다. 끝이 아니었다.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는 오스마르와 데얀의 연이은 슈팅을 번개같이 처냈다.
서울은 후반 시작과 함께 대구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후반 1분과 2분 다카하기가 연속 슈팅으로 대구의 골문을 조준했다. 하지만 조현우가 온몸을 던져 번번이 막아냈다.
숨죽이고 있던 대구는 후반 7분 순간적인 역습으로 서울의 골망을 또 한차례 흔들었다. 파울로가 오른측면을 치고들어가 크로스를 올렸고, 수비 맞고 굴절된 공이 반대편으로 흘렀다. 쇄도하던 세징야가 무인지경에서 가볍게 추가골을 신고했다.
다급해진 서울은 후반 11분 아드리아노를 투입해 득점을 노렸다.
아드리아노 카드는 즉시 효과를 발휘했다. 후반 15분 아드리아노가 상대 문전을 헤집은 뒤 데얀을 거쳐 박주영에게 슈팅 찬스가 연결됐다. 하지만 슈팅의 정확도가 부족해 만회골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했다.
아쉬움은 길지 않았다. 아드리아노는 후반 29분 심우연의 헤딩 패스를 받아 상대 골키퍼와 맞섰다. 여유있게 왼발로 때려넣어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골이 터지자 서울도 분위기를 탔고 불과 3분 뒤 동점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아드리아노였다. 아드리아노는 골문 앞 혼전상황에서 다카하기가 빼낸 공을 지체 없이 오른발로 때려 동점골을 터뜨렸다.
리드를 날린 대구는 후반 40분 역전 기회를 잡았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문 바로 앞의 김동진에게 공이 연결됐다. 김동진이 서둘러 슈팅을 가져갔으나 공은 허망하게 골대를 벗어났다.
승부는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서울이 공격 작업에 열을 올린 반면 대구는 수비에 치중했다. 스코어는 머지 않아 갈렸다.
서울은 아드리아노가 연장 전반 13분 수비수를 등진 상황에서도 다카하기의 침투패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조현우가 손을 뻗었으나 아드리아노의 슈팅은 여지없이 골망을 흔들었다.
대구는 연장 후반 들어 동점골을 노렸으나 역부족이었다. 연장후반 5분 데이비드가 회심의 중거리슛을 때렸으나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오히려 아드리아노에게 연장 후반15분 프리킥 골을 얻어 맞아 고개를 숙였다.
이 밖에 경기에서는 K리그 클래식 팀이 챌린지 팀에 패하거나 프로팀이 대학팀에 덜미를 잡히는 등 이변이 속출했다.
포항 스틸러스는 안방에서 부천FC에게 0-2로 패해 자존심을 구겼다.
상주 상무는 단국대에 1-2로 패했고, 서울 이랜드FC는 성균관대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1-3으로 졌다.
수원FC 역시 대전 시티즌과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3으로 패해 고개를 숙였다.
한편, 전북 현대는 FC안양을 4-1로 대파하고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