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34년사에 처음으로 펼쳐진 '수원 더비'가 흥미성과 작품성을 모두 확인하며 앞으로 대박을 예고했다.
14일 오후 5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는 수원 삼성과 수원FC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10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1983년 프로축구가 출범한 이래 처음으로 열리는 같은 연고 두 팀의 맞대결이었다.
수원종합운동장 주변은 더비전을 보기 위해 몰린 팬들로 경기 시작 1시간여 전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경기장 입구로 진입하는 차량들로 이동 자체가 쉽지 않았다.
3000여명이 넘는 수원 삼성 서포터즈 그랑블루는 더비를 빛낸 가장 훌륭한 조연이었다. 1990년대 후반 이곳을 안방으로 사용했던 그랑블루는 그 당시 응원가를 부르며 과거를 추억했다.
홈팬과 원정팬 모두 수원을 외치는 기이한 현상 속에 막을 올린 '수원 더비'는 팬들의 기대대로 흥미진진했다.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내던 수원 삼성이 전반 26분 산토스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을 때만 해도 쉽게 승부가 결정 날 것 같았지만 수원FC가 후반 무섭게 반격하면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특히 수원FC 측면 공격수 김병오는 후반 26분 동점골과 함께 지치지 않는 체력을 앞세워 여러 차례 화끈한 돌파를 뽐내며 큰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에 웃은 팀은 형님팀격인 수원 삼성이었다. 후반 38분 염기훈이 시도한 프리킥이 수원FC 김종국의 머리에 맞고 골문으로 향했다.
첫 수원 더비를 위해 모여든 팬들에게 승패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11866명의 팬들은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끝까지 모든 힘을 쏟아낸 두 수원팀 선수들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는 수원 더비에 팬들이 많이 오셔서 좋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팀의 패배에도 끈질긴 모습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김병오는 "원정 관중석이 꽉 찬 것은 내가 알기로는 처음인 것 같다.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 승패를 떠나 많은 관중 앞에서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좋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