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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기괴하고 아름답다" 칸 첫 공개 박찬..
사회

"기괴하고 아름답다" 칸 첫 공개 박찬욱 '아가씨' 호평

뉴시스 기자 입력 2016/05/15 16:58 수정 2016.05.15 16:58

 

"무조건 아름다워야 해"

 

박찬욱(53) 감독의 '복수 3부작' 마지막 영화인 '친절한 금자씨'(2005) 속 대사다. 이 대사는 박 감독이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그의 영화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항상 따라다닌다.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박 감독의 신작 '아가씨'도 그랬다. 이 작품은 한 마디로 아름다웠다. 14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이 작품에 대한 내외신의 평가는 대체로 일치했다. "기괴하고 아름답다."

 

이러한 평가는 단순히 박 감독 특유의 미쟝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평단은 코미디와 에로티시즘을 유려하게 오가는 연출,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성격의 인물들이 빚어내는 미묘한 마찰, 이 모든 것들을 통제해내는 우아한 플롯 진행 방식 등 '아가씨'의 영화적 요소 대부분을 매혹적이라고 평했다.

 

영화는 1930년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고 그에게 접근한 백작,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고 아가씨에게 접근하는 하녀, 그리고 아가씨의 후견인 등의 얽히고설킨 관계와 파국을 그리는 작품이다.

 

박 감독은 '아가씨'를 "죄의식과 사랑이 서로 반영하며 무한히 증식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로를 속고 속이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느끼는 죄의식, 거울을 보듯 나의 모습을 다른 이에게서 보았을 때의 감정적 딜레마, 그리고 사랑이 '아가씨'"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영국 작가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 스미스'가 원작이다. 원작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를 배경으로 소매치기 집단에서 자란 소녀가 소매치기의 우두머리와 귀족 상속녀를 결혼시키기 위해 상속녀에게 접근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그린다. 박 감독은 이 이야기를 1930년대 일제강점기 대한민국으로 옮겨와 자신 만의 스타일로 각색했다.

 

이와 관련 박 감독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분위기'보다는 그 시대가 만들어낸 다양한 인간군상 '개인의 내면'에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좀 더 내면적이고 복잡한 개인의 심리를 표현하는 영화도 나올만 하다고 생각했다"며 "진심을 일본이 좋아서 친일파가 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또 일제 강점기의 시작으로 불행해진 일본인도 있을 수 있다. 국적이나 신분을 초월한 '관계'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박찬욱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미쟝센이다. 세계 어떤 감독과도 유사함이 없는 독특한 그의 회화적 감각은 '아가씨'에서도 빛난다. 박 감독은 조선과 일본, 서구 문화의 이질성을 적극 드러내면서도 이것들을 한 화면에 조화롭게 담아내는 능력으로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박 감독은 이런 부분에서 "'아가씨'를 제대로 느끼려면 영화를 한 번 더 볼 것을 권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아무렇게나 잡탕이 아니라 식민지 조선, 나아가 근대에 도입된 풍경은 무엇일까에 대해 시각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미술과 의상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1930년대의 스타일리쉬한 복식을 재현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며 "대신 한국식과 서양식의 이질적 조화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극중 아가씨의 건물은 일본식 건물과 서양식 건물이 붙어있고, 하녀의 건물은 한국식인 부분, 또 독서회 장면에서 아가씨는 기모노를, 남자들은 서양식 연미복을 입는 장면을 예로 들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는 모두 21편의 영화가 진출했다. 시상은 22일(현지시각) 폐막식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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