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이달 말 방한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겉으로는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여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반 총장이 귀국 후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를 두고 잔뜩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TBS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 인터뷰에서 반 총장에 관해 "현재로선 반 총장이 어떤 정치적 행보에 관해 말한 적이 없다. 다만 현역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 정치 세력이 우위를 점하기 위해 그 분을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변 의장은 "(새누리당에는) 반기문 총장을 대통령 후보로 모시고 당선 될 경우에 그 분을 통해 어떤 나라를 만들어갈 것이냐는 그림이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일단 그 문제는 좀 접어두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반 총장이 대선후보로 나오고 그 분이 어떤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면 충청 역할론이 충청 대망론과 결합될 수도 있지만 지금 현재로선 (새누리당이)반 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서 추후 만들고자 하는 세상이 뭔지 모른다"며 "정치공학적인 충청권 대망론이 돼버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군이 줄줄이 낙마하자 여권에서 인위적으로 '반기문 띄우기'에 공을 들인다는 지적이다.
실제 더민주 내부에선 새누리당에서 제기되는 반기문 대망론이 이번 총선 결과에 따른 수습책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절반씩 의석을 획득함으로써 내년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에서 박빙의 구도를 형성했고 이에 따른 새누리당 내 긴장감이 반기문 대망론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민주 관계자는 "주위 분들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반 총장을 언론에 노출시키려는 시도가 있는 것 같은데 국익 차원에서 그분이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잘 마칠 수 있도록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반 총장의 판단을 존중하고 사무총장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놔 드려야 한다. 대망론 운운은 좋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내부에선 반 총장의 행보에 관한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 총장이 정계진출 의사를 밝히지 않았을 뿐더러 실제로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 역시 크지 않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국민의당 내 일각에선 새누리당의 성격상 반 총장을 대선후보로 내놓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야당에선 문재인 의원이 초선임에도 대선후보로 나서긴 했지만 새누리당에선 당대표직이나 소속 국회의원직을 경험하지 않은 반 총장을 대선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