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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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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라오스'서 태극마크 달고 "백조의 호수"

뉴시스 기자 입력 2016/05/18 14:59 수정 2016.05.18 14:59
 

 

국립발레단(단장 겸 예술감독 강수진)이 '발레 불모지'인 라오스서 발레 꽃을 활짝 피웠다.

17일 오후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 위치한 라오 내셔널 컬처럴 홀에서 진행한 '코리아 페스티벌 인 아시아 2016 - 한국 국립발레단 갈라'는 1400석 객석이 입추의 여지 없이 가득 찼다. 무료로 진행됐으나 현지에서 발레가 낯설다는 점, 홍보 기간이 부족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놀라운 반응이다.

통로에 앉거가 객석 맨 뒤편에서 서서 공연을 관람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한국 교민과 NGO 단체와 대사관 관계자 등 유럽인들도 눈에 띄었으나 절반 가량은 라오스인들이었다.

국립발레단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주관하는 'KF 코리아페스티벌'을 통해 라오스를 찾았다. 1975년 라오인민민주공화국이 성립된 이후 외국 발레단이 라오스에서 공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급속하게 성장하는 라오스지만 아직 아세안 최빈국에 속한다. 발레 인프라가 전무하다. 예술학교 과정에 발레가 없으며 대학에서도 발레 관련 학과가 없다. 발레 공연을 한 기록 역시 찾아볼 수 없다.

1962년 창단한 국립발레단은 1997년 이집트와 이스라엘을 시작으로 1998년 일본, 2000년·2006·2009·2013년 중국, 2007년 러시아와 폴란드, 2008년 폴란드, 2010년 스위스와 러시아, 2011년 이탈리아, 2012년 캄보디아, 2013년 인도, 2014년 세르비아, 2015년 인도네시아 등에서 공연하며 '발레 한류'에 앞장서왔다.

이번 라오스 공연은 국가의 이미지 제고에 보탬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KF 코리아페스티벌'은 매년 공공외교 중점대상국과 지역을 선정, 한국을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복합문화예술행사다. 문화외교활동을 통한 중견국으로서의 국가이미지 제고가 목적이다.
국립발레단이 발레를 통해 라오스와 문화 교류에 나선 셈이다. 이날 갈라 공연은 발레를 처음 접한 현지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러닝타임 75분 안에 클래식, 모던, 창작 등을 골고루 섞었다.

이번 공연에 참여한 단원 35명은 한국을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인해 한층 뜨거운 기량을 선보였다. 신무섭 국립발레단 부예술감독은 "태극마크를 달고 나와서인지 단원들의 자세와 태도가 남달랐다"고 말했다.

포문을 연 '백조의 호수'의 오데트 역 한나래, 지그프리트 역 이영철은 애틋한 2인무로 관객들의 감탄을 불렀다. 이영도, 김윤식, 송정빈, 김희현, 박기현은 국립발레단의 창작 발레 '왕자호동' 중 호위무사 춤을 선보이며 호방함을 뽐냈다. 박슬기와 김기완은 '해적'의 그랑 파드되를 통해 우아한 절정의 기술을 보여줬다.
성찬은 이어졌다. '돈키호테'의 이은원과 이재우는 화려함, '스파르타쿠스'의 김리회와 정영재는 리프트 등 난도 높은 기술, '아 유 애스 빅 애스 미·'의 이수희·박기현·김명규는 재기발랄함과 익살, '탱고'의 김지영과 이영철은 매혹적인 섹시함, '라 바야데르'의 박나리·임성철·변성완은 힘과 패기가 돋보였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전날 현지 미디어를 상대로 소개한 국립발레단 단원 강효형 안무의 '요동치다'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타악 등 한국적인 요소에 소용돌이 치듯 뜨거운 안무가 더해진 이 작품에 관객들은 특히 환호를 보냈다.

오후 7시가 넘어서도 30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은 날씨에 공연장에 에어컨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음에도 공연이 끝날 때까지 객석을 뜨는 관객은 없었다. 막이 내려진 뒤 학생들은 단원들과 기념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교사인 뜨(26)는 "발레를 처음 봤는데 아주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아름답고 건강미가 넘치는데 박력까지 넘쳐 지루한 지 몰랐다"고 말했다. 역시 발레를 처음 봤다는 교직원인 쏨늑(28)은 "다음에 비엔티안에서 발레 공연을 한다면 또 보러 가고 싶다"고 전했다.

사실 이날 공연장 시설은 열악했다. 리허설 때 제대로 가동하던 조명 센스가 공연 직전 작동하지 않아 애를 먹는 등 이번에 동행한 15명의 스태프들이 고생했다. 관람 문화가 형성되지 않아 갈라 공연의 첫 작품인 '백조의 호수' 때는 객석 곳곳에서 사진 촬영이 난무했다.

강 단장이 이례적으로 '백조의 호수'의 막이 내려간 뒤 무대 위로 나와 사진촬영 자제를 부탁하기도 했다. 강 단장은 그러나 자칫 산만할 수 있는 분위기를 살리는 재기를 발휘했다. 큰 박수와 호응을 유도하며 자신이 직접 환호를 질렀다. 이후 사진 촬영이 없던 건 물론, 객석의 호응과 박수는 더 뜨거워졌다.

이날 공연을 지켜본 라오스 외교부의 셍펫 훙분뉴앙 차관은 "많은 라오스 사람들이 공연을 보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윤강현 주라오스한국대사는 "국립발레단이 앞으로 한국이 외교를 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만족해했다.

국립발레단은 이날 공연 전 라오스의 유일한 무용학원인 비엔티안 그레이스 발레센터 원생들을 상대로 발레 교실을 펼쳤다. 18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프놈펜왕립예술대학교 상대로 발레교실을 한 차례 더 열고, 19일 현지에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갈라쇼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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