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중요한 역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무슨 작품이든 제게 꼭 맞는 배역이 있다면 행복할 거 같아요. 주인공만큼 그 주변 사람들도 중요하잖아요."(김희선)
"초등학교 때 졸업앨범을 보면 '발레리나가 꿈'이라고 적혀 있어요. 꿈을 이뤘지만 아직 열고 나갈 문이 많죠. 제 이름만으로도 믿고 보는 무용수가 됐으면 해요."(민소정)
국립발레단 김희선(24)·민소정(19)이 발레계 샛별로 반짝이고 있다.
김희선은 지난달 '2016 헬싱키 국제 발레 콩쿠르'에서 전체 대상인 그랑프리, 민소정은 지난 4월 러시아의 아라베스크 발레 콩쿠르에서 여자 시니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최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내 N스튜디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콩쿠르를 통해 배운 것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프로 무용수는 직장인처럼 빠듯한 시간을 산다. 학생 자격으로 콩쿠르에 출전하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발레단원으로 일과를 마친후 연습해야한다. 퇴근후 혼자만의 싸움을 견뎌야했다.
김희선은 "지난해 10월부터 연습에 돌입했었다"면서 "콩쿠르는 벼락치기가 어려워요. 발레단 정기공연이 끝난 날에도 밤에 연습을 해야 했다"고 떠올렸다.
민소정은 이번 콩쿠르로 수많은 첫 경험을 치러냈다. "해외 콩쿠르도 처음, 파드되(2인무)도 처음이었다"고 숨을 토해냈다. 하지만 막상 러시아에 도착하니 편안해졌다고 했다. "아무도 저를 모르잖아요. 외국 분들은 콩쿠르도 하나의 공연처럼 바라보시거든요. 그러니까 마음이 놓이더라고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콩쿠르는 혼자서 피나는 훈련을 해야하지만 '상생'이 무기다. 둘은 콩쿠르 덕분에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콩쿠르에서 파드되를 권한 신무섭 국립발레단 부예술감독(민소정), 콩쿠르의 비용적 측면을 덜어준 국립발레단 후원회(김희선)에 감사했다.
파드되에서 호흡을 맞춘 전호진(김희선), 엄진솔(민소정)의 고마움도 빼놓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을 도운 발레리노에게 "파드되는 여자 무용수가 돋보일 수밖에 없다. 남자 파트너 덕분에 상을 받았다"고 겸손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