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가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대응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더민주 전현직 대표인 두사람이 충돌한 것은 총선 후 벌써 3번째다.
문 전 대표가 13일 사드 배치 반대 의견을 표명하자, 곧바로 김 대표가 이를 무시해버리는 발언을 하면서 양측은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정부는 사드배치 결정을 재검토하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며 "먼저 국익을 충분히 고려한 종합적인 북핵문제 해법을 마련하고 그 틀 속에서 사드문제를 비롯한 종합적인 위기관리방안이 제시돼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김 대표가 바로 "문재인 전 대표 발언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을 하냐"며 "사드를 재검토하라고 한다고 그게 재검토가 되겠어"라고 비꼬았고, 문 전 대표의 재검토 주장과 국회 동의 필요 주장을 모두 일축했다.
이번 두사람 간의 충돌은 그간 쌓인 앙금도 작용한 듯 하다. 두 사람은 총선 직후 서울 모처에서 회동을 갖고 선거가 끝난 것에 대한 소회를 이야기하며 대표 추대론 등 현안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표는 김 대표를 차기 당 대표로 합의 추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김 대표가 전당대회에도 불출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이에 김 대표는 다음날 "문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내가 출마하면 상처를 받게 될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더 이상 개인적으로는 문 전 대표를 안 만날 것이다. 믿을 수가 없다"고까지 했다.
김 대표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는 것을 구해놨더니 문 전 대표와 친문(親文)이라는 사람들이 이제 와서 엉뚱한 생각들을 한다"며 "내가 만찬에서도 '친노, 즉 당신 편은 당신이 통제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문 전 대표가) 자기 말을 안 듣는 친노도 많다더라. 거기에 대고 내가 뭐라고 하나"고 말했다.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던 두 사람은 이후 대선후보 경선 여부를 놓고 다시 충돌했다.
김 대표는 5월2일 전북도의회 기자간담회서 열고 "전북 유권자들의 지지율 회복을 위해서 우리가 가장 노력해야할 것은 정권교체의 희망을 전북 유권자들에게 드리는 것"이라며 "전북 민심이 신뢰할 수 있는 대권주자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어 "전북 민심은 한두사람의 노력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것도 잘 인식하고 있다"며 "다수의 대권 주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전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대선 후보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해 문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문 전 대표 본인과 측근들은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물밑으로 잠복해있던 두사람 간 갈등이 이번 사드 문제로 다시 불거지자 당내에선 자신의 대표 임기 막판에 잃을 것이 없는 김 대표와 전당대회 후 중앙정치무대 복귀를 예고한 문 전 대표가 또다시 충돌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과연 두사람의 밀월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 되고 있다.
이성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