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택길/시인
밤하늘 엷은 구름 머물러 쉬려 하면
거리를 서성이던 왜바람도
고요함 속에 쓸쓸히 잠이 든다
짙어가는 어둠 속
서글프게 들려오는 밤벌레 울음소리
가슴 두드리며 파고드는데
잠을 잃은 나의 영혼 또 밤을 향해
갈 곳 없이 오던 길 되돌아가려 한다
가로등 희미하게 가물거리면
더 멀리 어둠 속으로 묻혀가는
머리 아픈 영혼이여
신은 우리의 마음에 미련의 자리를 만들어 놓았다.
지천명의 나이에도 그 자리가 꼭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리는 분명 앉으면 앉을수록 밀림 속 늪처럼 헤어나기
힘든 곳이다.
한 가지를 가지고 시작한 생각은 빠지면 빠질수록 수만
가지로 조각이 나고
우리는 그 조각들을 붙이려다 힘없이 포기하고 돌아온다.
미련! 만약 그대가 그곳에 빠지고 싶으면 자신의 마음 반
만 보내라.
그리고 그 남은 반 조각엔 순수한 그리움으로 채워 놓아라.
그리움에는 꿈도 있고 소망도 있는 바로 내일이 될 것이다.
(은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