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응·답변에 “사표내라” 여성의원들 질의 도중 울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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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세월호 참사 이후 국회에서 처음 진행된 정부의 사고 현안보고 자리에서는 분노와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여야 의원들은 정부의 부실 대응을 질타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보였고, 정부 측 인사들이 책임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회피하자 장내에서는 반말 섞인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가 이날 오전부터 진행한 현안보고에서는 정부의 부실한 초동 대응 정황이 잇따라 공개됐다.
특히 ‘세월호 참사’ 당시 소방119상황실이 중앙부처 고위 관계자들의 의전을 챙기느라 해양경찰의 세월호 실종자 수색 활동을 방해한 정황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이 공개한 소방 119 상황실과 목포 해경 간 사고 당시 통화 내용 녹취록에 따르면 소방 상황실은 해경에게 구조자 이송지를 사고 현장에서 가까운 서거차도가 아닌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녹취록 내용을 보면 당시 소방상황실 팀장은 “보건복지부와 중앙부처에서 지금 내려오고 있다는데 서거차도는 섬이라서 못 간다”고 말했으나 해경은 “높으신 분이 서거차도로 오든 팽목으로 오든 저희들은 모르겠고 우린 한 사람이라도 구조 하는게 우선 아니냐”고 답했다.
진 의원은 “소방 119 상황실은 침몰된 배 안에 있는 400명에 대한 구조가 최우선이 아니라 고위 공직자 앞에 구조된 사람들을 보여줘야 하는 의전이 먼저였음이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에 소방방재청은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다수 환자 발생에 대비해 현장응급의료소를 설치할 필요가 있었고, 동거차도나 서거차도인 섬보다는 육지인 팽목항에 의료진과 구급차, 헬기 등 관련 자원을 신속히 집결시킬 필요성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당시 팽목항으로 집결하던 중앙 차원의 사람들이란 보건복지부의 재난의료팀, 중앙구조본부 구조팀의 긴급구조지원 인원이므로 의전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정부의 책임 회피성 발언까지 나오자 여야 의원들은 격분했다. 강병규 안행부 장관을 향해서는 “오늘 당장 사표를 내라”라는 반응도 나왔다. 특히 여성 의원들은 질의 도중 대부분 울먹였다.
의원들이 폭발한 계기는 “살릴 수 있는 아이들을 국가가 죽였다.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정부 측 인사들의 답변이었다.
강 장관이 “그 당시 상황을…”이라며 답변을 시작하자 질의자인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은 말을 자르고 “동의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강 장관은 “그렇게 단답식으로 말씀하시면…”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장내에서는 고성이 터졌다. 새누리당 중진인 서청원 의원은 “잘못했다고 얘기하라. 네가 다 죄인이다. 뭐 그렇게 변명이 많냐”며 반말까지 섞어가며 호통을 쳤다.
김 의원은 이성한 경찰청장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청장은 “좀 더 신속한 조치가 있었다면…”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이에 김 의원은 “가족이 다 갔는데 아이만 살아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최선을 다하지 못해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건가”라며 “어떻게 그런 뻔뻔한 답변을 할 수 있느냐”고 밝혔다. 김 의원은 울먹였다.
김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 이번에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나섰다. 이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저렇게 질문하면 무조건 우리가 잘못해서 사람을 못 구했다. 죽을 죄인이다 이렇게 얘기하는 게 장관의 태도 아닌가”라며 “실종자가 남아 있고 이렇게 됐으면 우리가 잘못해서, 책임자가 잘못해서 죽을 죄를 졌다고, 이렇게 답변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언성을 높였다.
‘세월호 참사’ 사고 당일 안전행정부 이경욱 제2차관이 사고 수색에 투입한 잠수사의 인원을 대통령에게 허위 보고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새정치연합 김현 의원은 “40명의 잠수사를 투입했다고 보고했는데 40명이 아니라 4명의 잠수사가 들어가려고 하다 조류가 세서 못 들어갔다”며 “중대본부 부본부장인 2차관이 대통령에게 허위보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