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29일 감사원 국정감사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국정감사 보이콧으로 개의 20여분 만에 '감사중지'가 선언됐다.
법사위 국감 기간 처음으로 야당 간사가 위원장 직무대리 자격으로 개의를 선언했지만 의사진행 발언만 이어지고 감사중지에 들어가면서 연속 파행 수순을 밟았다.
이날 오전 10시 감사원을 상대로 진행될 예정이던 국정감사는 야당 측 의원들만 참석해 제 시간에 개의되지 못했다. 야당 의원들은 27일 법무부 국감 때와 마찬가지로 새누리당 소속 권선동 법제사법위원장의 출석을 요구했다.
야당은 참석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오전 11시까지 출석해 달라는 내용의 출석요청서를 작성해 권 위원장 측에 보냈다. 그러나 권 위원장이 오전 11시까지 오지 않자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박범계 의원이 위원장석에 착석, 국감 개의선언을 했다.
박 의원은 '국감에서 위원장이 직무를 거부·회피하거나 직무 대리자를 지정하지 않을 경우 교섭단체 간사 중에서 위원수가 많은 교섭단체 간사 순으로 위원장 직무를 대행한다'는 내용의 국회법을 인용, 직무대행으로 국감 개의를 알렸다.
그러나 박 의원은 야당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만 듣고 오전 11시29분께 감사중지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감사원의 국감에 임함에 있어서 국회법에 따라 야당 제1교섭단체 간사로서 직무대행을 수행하게 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결코 영광된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권 위원장이 이곳에 출석해 법사위 국감을 이끌고 싶은 의지와 생각이 있다고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새누리당 소속의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당론과 다르게 소신껏 국방위 감사를 시작했다"며 "오늘 제 의지와 뜻이 아닌, 이렇게 직무대행으로서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이 헌법적 현실이 대단히 가슴 아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자 하는 요지는, 이 모든 직무대행과 이런 선언은 오로지 한가지다. 권 위원장이 출석해서 법사위 감사를 이끌어달라는 간곡한 요청"이라며 권 위원장의 출석을 촉구했다.
야당 의원들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새누리당의 국감 보이콧에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오는 30일 예정된 특별감찰관실 국감을 염두에 둔 듯 우병우 민정수석 비리 의혹을 조사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사표 수리와 특별감찰관실 직원들에 대한 퇴직 통보를 문제 삼았다.
같은 당 정성호 의원은 "박 대통령이 얼마 전 현 상황을 비상시국이라고 말했는데 정말 비상한 시국 같다"며 "대한민국의 국정을 이끄는 한 축이고, 헌법상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책임과 의미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정상적인 민주주의 법치국가라면 상상못할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은 김재수 농림축산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박 대통령이 거부한 것을 문제 삼으며 국감 참석을 거부하고 있다. 무기한 단식투쟁 중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전날 소속 의원들에게 국감 복귀를 당부하기도 했지만 새누리당은 의원총회에서 국감 거부를 유지키로 한 상태다.
한편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모임을 갖고 국정감사 보이콧 중단 등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이날 중으로 권 위원장의 법사위 복귀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감사원 국감은 속개되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