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 주장,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방침 비판 등 정부를 향해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여권 잠룡으로 꼽히는 유 의원의 두드러지는 대정부 공세를 두고 향후 행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유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국감에서 "전경련 회원사 중 19개 공공기관에 대해 정부가 당장 액션을 취할 수 있다"고 전경련 해체를 압박했다.
전경련 문제는 현 정권 실세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와 직접 연관돼 있는 만큼 정부 여당 입장에선 언급하기 껄끄러운 주제다. 그는 그러나 지난 5일에도 "전경련은 발전적으로 해체하는 게 맞다"고 공개 발언했다.
그는 아울러 현 정부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관해서도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강력 비난한 바 있다. 또 새누리당의 국감 보이콧 당시에는 당 소속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당 방침을 깨고 국감에 복귀하자 "지금 같은 엄중한 시기에 국감을 하는 것에 100% 동의한다.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평해 당 주류와 의견을 달리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 8월에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민심이 돌아서서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는데 왜 버티는지 알 수 없다. 우병우 문제는 분리해서 봐야 하는데 이를 마치 정권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이는지도 이해가 안 된다"고 발언, 청와대의 '우병우 감싸기'를 비판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지난해 국회의 정부시행령 수정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을 야당과 합의했다가 '배신의 정치'로 지목돼 박근혜 대통령과 멀어졌다. 이후 지난 4월 새누리당의 이른바 '공천 파동' 이후 여권의 대선 잠룡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친박 인사들이 주를 이루는 현 새누리당 지도부 하에서 유 의원이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로 낙점되기는 어렵다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여당에서 후보로 나올 경우 야당 입장에서 정말 무서운 사람은 반기문보다는 유승민이다. 정권에 쓴소리를 했다는 이미지 때문에 대중적 이미지가 좋다"면서도 "그러나 친박이 유 의원을 대선 후보로 밀어줄 리가 없다"고 평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 의원이 최근 정부 및 여당 주류와 더욱 눈에 띄게 대립각을 세우면서, 그의 향후 행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특히 유 의원이 정부 및 여당 주류와 대립하며 존재감을 부각시킨 후 야권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비패권·제3지대 등에 합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더구나 유 의원이 최근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창업국가론에 대해 "공정성장에서 벗어나 창업국가를 말하기 시작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호평하고 나서 더욱 정치권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때문에 안 전 대표가 유 의원의 호평에 "성장론과 성장 방법에 대해 (유 의원과는) 많은 접점을 갖고 있다"고 반색한 점을 토대로 두 사람이 정권교체를 위해 손을 잡을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도 다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유 의원은 "탈당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유 의원의 출신지가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인데다, 지지층도 결국은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당을 뛰쳐나올 경우 한순간에 대중적 지지도가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유 의원이 이번에 새누리당 후보가 되긴 어렵겠지만 친박이 계속 헛발질을 할 가능성이 높으니 계속 비판은 할 것"이라며 "따라서 내년 대선을 거쳐 친박 세력이 완전히 몰락하길 기다리며 차기 대선을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