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적절한 검문검색 절차를 거치지 않고 청와대를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관계자들에 대한 처벌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출입규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청와대 경호시스템에 구멍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면서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현행 법체계 아래서는 현실적으로 처벌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최 씨는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초부터 최근까지 이영선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이 운전한 차량을 통해 별도의 검문·검색 과정없이 청와대 정문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청와대 정문을 통한 출입은 국무회의 때 장관급 이상이 출입하는 통로로, 장관도 출입증을 보이고 얼굴 대조를 거쳐야만 통과가 되지만 최 씨는 출입증 제시도 없이 자유롭게 통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현행 청와대 경호 규칙상 일반인이 출입증 없이 이 문을 통과할 경우는 청와대 부속실에서 먼저 경호실로 연락을 하고, 경호실이 청와대 외곽경비를 서는 101경비단에 알려 들어오도록 돼 있다. 하지만 청와대 출입이 사실이라면 최 씨는 이런 절차를 모두 생략한 채 드나들었다는 것이 된다.
이 보도에 따르면 정부 출범 초기 청와대 정문을 지키는 101경비단 소속 경찰은 최 씨의 신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몇차례 마찰을 빚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청와대 경호 책임자였던 원경환 경호실 경찰관리관(경무관)과 김석열 서울지방경찰청 101경비단장(총경)이 2014년 초 갑작스레 교체됐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이와 관련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마음만 먹으면 급조폭발물 등을 청와대 등록차량에 싣고 그대로 본관으로 돌진할 테러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청와대 경호의 경우 원칙을 더욱 엄격히 지켜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청와대 경호업무는 대통령등의경호에관한법률과 동법 시행령에 따라 맡게 돼 있다. 21조(벌칙)에는 제9조(비밀의 엄수), 제18조(직권남용 금지) 등을 위반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 돼 있다. 하지만 경호 절차를 무시한 경우에는 적용할 마땅한 처벌조항이 없다.
이 교수는 이와관련 "원칙적으로 하자면 외부인을 태운 차량을 통과시키지 말았어야 한다. 굳이 적용을 하자면 대통령 경호실법의 직권남용 등을 위반했다는 것인데 그 부분으로는 안봉근 전 제2부속실장 정도만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공무원의 경우 명령복종의 의무도 있다. 실제 운전을 했던 이영선 행정관의 경우 출입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것과 상부로부터의 명령 이행 사이에서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며 "상부로부터 내려온 위법 부당한 명령에 거부를 했어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석헌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처벌의 경우 내부인과 외부인을 나눠서 생각해봐야 한다"며 "청와대 경호를 담당한 직원과 외각경비 업무를 맡고 있는 101단의 경우는 형법상 직무유기죄 정도로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최순실씨의 경우 굳이 적용하자면 주거침입죄 정도가 성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안행위에서 관련 사실을 묻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이 청장은 또 "(청와대) 공관 차량일 경우 검문할 때 시비가 붙을 리가 없다"며 "(최씨를) 태웠는지 안 태웠는지는 모르지만 청와대 차량이 본관을 갈 때는 검문하지 않는다"며 경비업무에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