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일 황교안 국무총리를 전격적으로 경질하면서 내년 예산안을 심의하는 국회 예결위가 사실상 가동 중단됐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에는 황 총리가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야당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황 총리의 불출석을 비판, 예산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황 총리는 이날 오후 1시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임식을 하겠다고 공지했다가 2시간 만에 취소하면서 야당의원들의 비난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현미 예결위원장은 "황 총리가 신임 국무총리가 임명되지도 않았는데 이임식을 한다고 한다. 국정공백을 정부가 조장하고 있다"며 "누구와 예산안을 논의하나.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든다"고 황 총리를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대통령에 대해 하야, 권한정지, 수사가 거론되는 와중에 국무총리가 후임도 지명되기 전에 가버리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며 "공백상태를 조장하겠다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야당은 이 상황에서 예결위를 정상가동하는 게 의미 있냐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고 국민의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내년도 나라살림을 다뤄야 하는데 이것을 열어야 하는지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현행 국회법상 12월2일까지 정부예산안이 여야간 협의로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으면 본회의에 자동부의되는 규정을 악용하는 것 아니냐"며 "국정공백 상태를 일부러 만들어서 대통령 입장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희석시킬까 하는 잔꾀로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대체로 황 총리를 두둔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황 총리를 비난했다.
새누리당 간사인 주광덕 의원은 "야당 입장에서는 전격적인 총리 지명과 경제부총리, 국민안전처 장관 교체 등에 할 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황 총리도 국민 앞에 의혹이 없도록 진상이 규명돼야한다는 점을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윤상직 의원은 "경위야 어쨌든 이임식 일정이 대대적으로 발표됐다가 현재 취소됐다. 황 총리는 총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관례에 따라 유일호 경제부총리 대신 기재부 2차관이 출석했고 관련 부처 차관들이 다 출석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예산심사 일정은 차질없이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김선동 의원은 "경위를 떠나 이런 상황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어려울수록 중심을 지키고 본분을 지킬 내각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은 심각한 유감"이라고 황 총리를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