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2선 후퇴 등을 요구하는 데 그쳤던 더불어민주당이 광화문 촛불집회 민심에 힘입어 박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민주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박 대통령이 마지막 할 일은 불상사가 일어나기 전에, 국민이 다치기 전에, 평화롭고 순조롭게 순리대로 정국정상화에 결자해지하는 것"이라며 "그러지 않는다면 국민의 손으로 헌법이 대통령에게 드린 권한을 돌려받는 절차가 남았을 뿐"이라고 탄핵 추진 가능성을 언급했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은 "19일 정도로 예정된 검찰의 (최순실 씨) 공소장은 중대변수다. 교사범·공동정범으로서 대통령의 범죄가 적시된다면 국회는 헌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탄핵이라는 행동에 들어가야 하는 책무를 안게 된다"며 최순실 기소 시 공소장 내용이 탄핵 추진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민 의원은 새누리당 내 비박계 의원들과 접촉해 탄핵 동참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에서 이처럼 탄핵 주장이 공개적으로 제기되는 것은 12일 광화문 촛불집회의 규모가 100만명에 달하는 등 예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 강도가 임계점을 넘었다고 본 민주당이 이제 '탄핵 역풍'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12일 촛불집회는 서울은 물론 박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에서도 이뤄졌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 분노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오히려 탄핵을 반대하는 이들이 수세에 몰릴 수 있다는 것으로 민주당이 자신감을 갖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간 민주당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새누리당이 역풍을 맞아 총선에서 패했다는 점을 근거로 박 대통령 탄핵 추진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여론 추이 변화로 인해 민주당의 내부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여기에는 만약 새누리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부결시키면 오히려 비난 여론은 야당이 아닌 새누리당을 겨냥할 수 있다는 점도 계산돼 있다.
아울러 탄핵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헌법재판소 역시 촛불민심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를 통과한 탄핵소추안이 헌재에서 기각되면 그 후폭풍을 헌재가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여론을 등에 업은 야당은 민심의 동향을 살피며 탄핵 추진 개시 시점을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탄핵 카드를 활용해 박 대통령을 압박함으로써 박 대통령의 하야를 유도하자는 셈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