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토록 찾아다니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이 이미 숨진것 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밭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세월호 실소유주’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으로 확인됐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DNA와 검사와 지문으로 유씨의 시신임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DNA검사의 정확도가 99.9%에 이르고 지문 역시 유 씨의 것과 일치하는 만큼 유병언 씨가 확실하다는 것이 검찰과 경찰의 결론이다.
시신 발견 장소도 도주 중인 유씨의 흔적이 마지막으로 있었던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숲속의 추억’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특히 그가 숨진 것도 모른 채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펴며 정보·수사력 부재를 드러낸 검·경의 책임은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원파 신도의 조직적인 비호 속에 20억원 도피자금을 가지고 호화 도피 행각'을 벌인다는 유병언씨가 왜 혼자 숨진 채 야산에서 발견됐는지 이번 사건을 둘러싼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변사체의 발견당시 시신은 겨울 점퍼에 벙거지를 쓴 채로 하늘을 바라보고 누워 있었고 상태가 거의 백골상태일 정도로 부패가 심하게 진행됐다는 점이다. 유 씨가 급하게 도주하다 당일 사망했다 하더라도 송치재 인근에서 흔적을 보인지 18일만에 백골상태일 정도로 시신이 부패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유씨가 왜 가방에 술병을 넣고 다녔는지도 의문이다.
이와 함께 평소 구원파 신도 등의 보호를 받으며 도피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진 유씨가 어떤 경위로 홀로 노숙자 차림으로 아무도 없는 밭에서 죽어갔느냐 하는 점도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변사체 발견 즉시 제대로 현장감식을 하고 합리적인 의심을 했다면 이후 40일 동안 모든 경찰력을 동원한 소모적인 검거작전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시신을 재부검한다고 한다. 사망시점과 사인 등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검경이 유 씨의 것으로 채취한 시료가 정확한지에 대한 재검증도 이뤄져야 한다.
검경의 철저한 수사와 명쾌한 결과만의 유 씨의 사망과 관련한 각종 의혹과 온갖 음모론이 고개를 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