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운영자▲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탄핵 이후 한국 사회의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한 보수와 진보 합동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당내 대선후보 경선과 대통령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봇물처럼 나오는 가운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결선투표제 도입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구도에서 문 전 대표를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떠오른 이재명 성남시장은 당내 경선에서 100% 국민경선제와 결선투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시장 등 비문 주자들로선 당내 최대주주로 당내 상당수 대의원과 당원의 표심을 이미 장악하고 있는 문 전 대표를 꺾기 위해선 대의원·당원 투표 반영비율을 최대한 낮추고 막판 역전을 가능케 하는 결선투표를 도입해야만 비로소 승부를 걸어볼 수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 시장 등 비문 주자들은 결선투표에 대비하며 후보간 연대를 꾀하는 한편 문 전 대표의 취약점을 찾아 협공을 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당내 경선에서 문 전 대표의 취약점이 노출될 경우 이것이 문 전 대표의 본선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경선 당시 제기됐던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이후 상대당인 통합민주당에게 공세의 기회가 됐던 것처럼 문 전 대표와 비문 주자들간 골이 깊어지고 이 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되면 자칫 여당에게 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문 전 대표 측은 당내 경선에 결선투표를 적용하는 것을 놓고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 전 대표 측은 아직 당내 경선룰을 얘기할 때가 아니라며 결정 시점을 늦추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적폐청산이 논의되는 이 상황에서 경선룰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면 국민적 비난을 면키 어렵다는 게 문 전 대표 측의 입장이다.
문제는 당내 경선 결선투표만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에 결선투표를 도입할지 여부도 문 전 대표에게는 만만찮은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잠재적 경쟁자로 꼽히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대선에 결선투표를 도입하자고 본격적으로 주장하고 나섰고 국민의당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대선 결선투표 도입을 아예 당론으로 정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대선 결선투표 도입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히면서도 도입시점에 관해선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결선투표 도입이 개헌사항인지 법률개정사항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 확답을 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속내를 보면 이 제도의 도입이 문 전 대표 본인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대선부터 결선투표가 도입되면 1·2위 후보를 놓고 재차 투표를 해야 하는데 이 경우 상대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든 안철수 전 대표든 문 전 대표로선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리라고 예상하긴 어렵다. 문 전 대표의 중도 확장성이 아직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 전 대표가 안 전 대표와 결선투표를 치르게 되면 안 전 대표가 중도층과 보수층의 표를 독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 전 대표에게는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표 측에선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대선 방식을 정치권에서 공학적으로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시되는 등 도입 반대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표 측은 향후 여론의 추이를 관찰하면서 당내 경선 결선투표와 대선 결선투표를 수용할지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