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운영자▲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한 비주류 의원들은 가칭 '개혁보수신당' 창당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결별하는 분당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 29인이 27일 집단 탈당, 가칭 개혁보수신당 창당을 선언하자 정당들 가운데 국민의당이 가장 긴장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과시해온 국민의당이 개혁보수신당과의 경쟁에 직면하게 되면서 위기감이 나타나는 분위기다.
개혁보수신당은 일단 30명 선의 의석으로 원내 4당 지위를 확보하며 출발하지만 향후 탈당 규모가 확대되면 국민의당 의석인 38명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추가 탈당이 현실화되면 국민의당은 원내 제3당에서 제4당으로 밀려나게 된다.
3당이냐 4당이냐를 떠나서 국민의당은 일단 개혁보수신당과 캐스팅보트로서의 지위를 나눠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국민의당은 20대 국회 들어 사안에 따라 새누리당 또는 민주당과 손을 잡으며 쟁점사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왔지만 이제는 그 역할을 하기 위해선 개혁보수신당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처지가 됐다.
원내 협상 측면 뿐만 아니라 정당 지지율 등에서도 국민의당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이 개혁보수신당의 등장으로 인한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제기된다. 여기에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까지 국민의당이 아닌 개혁보수신당행을 택할 경우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
정연정 배재대 공공행정학과 교수는 "총선 표심을 보면 중도 개혁 내지 개혁적 보수, 중도에 가까운 성향의 유권자들은 국민의당에 많이 쏠려있었는데 그런 불안정한 기반조차도 이제 신당과 쪼개야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반 총장의 행보와 관련해선 "신당에 유력 대권주자까지 들어간다면 국민의당의 정당 지지율은 상당히 많이 떨어질 수 있다"며 "그러면 국민의당 내부에서 균열이 생길 수 있다.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한 정당으로 남자는 쪽과 차라리 민주당과 통합하자는 쪽으로 나뉘어 당내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흐름을 간파한 듯 국민의당은 최근 존재감 부각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민의당은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지지율이 하락하자 이른바 '문재인 때리기'를 통해 반문재인 정서에 따른 반발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아울러 개헌과 결선투표제 도입 등 정치권 내 이슈를 선점하면서 존재감을 확인하려 하고 있다.
그럼에도 당내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 모양새다. 새 지도부를 뽑을 전당대회가 다음달 15일 열릴 예정이지만 전당대회에서 지도부로 선출된 후에 당이 정계개편에 휘말려버리면 새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은 억대의 선거운동 자금을 지출한 보람이 없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는 국민의당이 아닌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개혁보수신당 등장으로 인한 피해자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신당의 창당으로 민주당과 새누리당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제3지대가 넓어지기 때문"이라며 국민의당이 아닌 원내 1·2당인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피해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신 교수는 특히 새누리당에 대해 "비박계 대선 주자들이 다 빠져나가면서 새누리당은 다른 당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며 "대통령제 하에서 대선주자가 없는 정당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선택지가 하나 더 생겼으니 변화가 생길 텐데 현재로서는 이미 야권에 흡수된 사람들보다는 현재 여권 상황에 불만 있는 (보수성향) 사람들이 신당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며 "신당이 민주당이나 국민의당과는 지역적·계층적으로 겹치지 않아서 야당에 대한 영향은 제한될 것"이라고 야당이 아닌 새누리당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