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공부법
부모들과 상담할 때 “집에 TV 있나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것도 거실에 있다고 한다. 나는 이런 경우 무조건“TV는 안방으로 넣어주세요”라고 말한다.
대부분 우리의 거실은 TV와 소파로 구성돼 있다. 짜 맞추듯 비슷한 동선과 가구 구성이다.
소파가 없더라도 TV는 분명히 거실에 있다.
학생들이 공부를 안 한다고 답답함을 호소하는 학부모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것이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떡하니 TV가 있는 집의 분위기는 공부랑은 분명히 거리가 있다.
요즘 아이들은 나만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꽤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아이들은 자신들이 공부할 때는 다른 사람들도 동참해주길 바란다. 특히 아이들 생각에 가족은 자신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도와줘야 하는 존재다. 그래서 아이들은 가족도 자신의 공부를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공부하러 방에 들어가서 책상에 앉아 책을 보고, 가족들은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다면 무언가 억울하다고 느낀다.
또 아이들은 공부에 집중도 잘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은 아이들이 절대‘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부모들은‘공부 분위기’를 따지는 아이들이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공부할 마음과 의지가 있다면 분위기 따위가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다.
그냥 의지만 있으면 어떤 환경과 상황에서든 공부에 집중하고 자신의 할 일을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부모들은 요즘 아이들이 이상하다고 느낄지 모른다.
대체 뭘 어떻게 해야 공부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인지. 아이들의 어이없는 태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안 올 수 있다.
그럴 때 나는 과감하게 TV를 없애라고 주문한다. 아니면 적어도 안방으로 TV를 옮겨서 아이들 눈에라도 안 띄게 해달라고 한다.
요즘 아이들의 공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일단 거실에 TV가 있으면 눈은 TV에 고정한 채 가족끼리의 대화와 생각의 교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서로 정신적인 상태를 파악하거나 깊은 이야기를 하기에도 좋지 않다.
그리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보면 한두 시간은 훅 지나간다.
특히 생각하면서 깨달음을 얻어야 하는 공부에서 TV가 도움 될 리 없다.
또 부모들이 잘 이해는 안 되겠지만‘공부 분위기’를 따지며 아이들이 까탈을 부려도 너무 화를 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부모님 자신의 학창시절에 하던 공부 방법대로 밀어붙이지는 말았으면 한다.
이는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과의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조금 더 이해하고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
아이들이 공부하게 하려면 부모님이 옆에서, 혹은 거실에서라도 책을 보는 게 중요하다.
책이 어려우면 잡지라도 볼 필요가 있다.
TV는 시끄럽기도 하고, 호기심을 자극하고‘공부 분위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백해무익한 존재다.
고등학교 3학년, 얼마 남지 않았다.
수험생을 둔 가정은 눈 한번 살짝 감았다가 뜨면 이미 수능 시험이 끝나있을 정도로 시간은 빨리 흐른다. 그때까지 잠시 TV를 안방에 옮겨두자. 자녀의‘공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거실에 있는 TV부터 없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