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7일 새벽 결국 구속됨에 따라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는 SK최태원 회장과 롯데 신동빈 회장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특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지난달 구속영장을 한 차례 청구했었지만 법원이 소명자료 부족 등의 이유로 이를 기각하자 지난 14일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이 부회장을 구속시켰다.
기업 총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될 경우 재청구를 하지 않던 기존 관행을 깨는 파격적인 행보를 특검이 보인 것이다.
또 특검에서 수사기한 연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SK, 롯데 등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사면을 위해 대가성 자금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13년 1월 회사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4년형을 받은 이후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돼 사면됐다.
이와관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최 회장의 사면 사실을 미리 알려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특검도 안 전 수석의 진술을 바탕으로 SK그룹이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111억원을 출연한 이유 등을 집중 수사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까지 상황으로 볼 때 최 회장에 대한 특검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은 낮다. 1차 특검 수사기한이 오는 28일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수사 및 기소가 어렵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특검이 수사기한 연장을 보장받을 경우 최 회장에 대한 수사는 더욱 구체화될 수 있다. 법원이 이 부회장의 구속사유 중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를 일정부분 인정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특검이 이 부회장과 유사한 혐의로 최 회장에게 칼날을 들이댈 수 있는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게 된 것이다.
SK 그룹은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특검 수사기한 연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다. 만에 하나 특검 수사기한이 연장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우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면세점 특허권 획득을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45억원을 출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지난해 5월 K스포츠재단 하남 체육시설 건립사업에 70억원을 추가로 기부했다가 돌려받았다는 점을 두고 대가성 논란이 일고 있다.
롯데 측은 신 회장과 박 대통령이 만난 시점이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며 '대가성'에 혐의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CJ그룹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박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사면 청탁을 했는 지 여부에 대해 의혹을 받고 있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2013년7월 구속된 이후 3년간 오너부재로 인한 피해를 입은 상황속에서 또 다시 정경유착 의혹을 받고 있어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관련, 재계 관계자는 "경제와 관련된 각종 지표가 바닥인 상황에서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특검 수사가 과도하게 이뤄질 경우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며 "특검의 과도한 수사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수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