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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대선 스님(大宣) 시선집..
사회

대선 스님(大宣) 시선집

운영자 기자 입력 2017/02/23 19:22 수정 2017.02.23 19:22
벌거벗은 나무의 기도

 마지막으로 남은
한 뼘 겨울 석양 속으로
새 봄의 씨앗들이 걸어간다
서러운 이별의 악수처럼
이 계절의 차가운 바람 속에서
아직 우수에 젖은 그대는 울먹이고 있고
우리 사랑은 뼈만 남은 앙상한 겨울나무이다
아직 젊은 너의 목숨은
언젠가 부활하여 일곱 빛깔 무지개로 다시 뜨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대의 노래는
겨울나무에 퇴화하지 못하는
마지막 잎새가 되어 홀로 걸려 있다.

사랑하는 그대를 기다리며
가지들이 차가운 북서풍에 가벼웁게 흔들린다
울리지 않아 입다문 돌처럼 굳어버린
겨울나무의 뿌리들은 높은 하늘을
보름달처럼 둥둥 떠다니며 완전한 자유를 꿈꾼다
그립고 그리운 옛 사랑은
수액처럼 겸손히 몸을 굽히고
딱딱한 나무줄기 속을 흐르고 있는가
시방 하얀 눈꽃들이
죄많은 땅을 느리게 느리게 덮고 있는데
나는…잠시…잊고 있었던…하늘을…
올려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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