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인생이여 이 지상에서
아직도 얼마나 더 머물러야 하는가
우중산행(雨中山行)하는 영혼이
거울을 본다.
피로한 시대가 저무는가
더욱 피로한 시대가 떠오르는 아침이다.
손수 지은 노고로
얼굴의 상처는 점점 커가고
내 사랑은 자꾸만 멀어진다.
거울은
내 걸어온 낮 밤을 모두 비추고
아직 만나지 않은
바람소리 속의 내 얼굴을
자신의 심장 속에 넣어 우두커니 앉아 있다.
Ⅱ
거울을 본다
내가 나를 만나러 가는 길
이제 혼자 가는 길이 두렵지 않다
거울을 본다
나를 본다
수많은 욕심을 조금씩 조금씩 털어내고
자유를 꿈꾼다
거울을 본다
모든 것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