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머리에 이고
뼈마디 앙상한 몸 헐렁한 옷으로 가린채
세상을 다 감싸 안을 듯
두 팔을 벌리고
그렇게 꿈쩍않는 벽처럼 서 있다
갈 수 없는 길
사람들은 나를 찾아와야 할 것이다.
일상의 끝에서 탈출하여
가벼워지기 위한 결심과
내가 버릴 수 있는 것들의 침묵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위로 받기를 원한다면
떠나 보낸 것들은
다 내 것이 아니다.
인정해 본다.
저 성가신 새 떼들도 용서해 본다
내 삶을 태우는 뜨거운 햇볕
내 마음을 흔드는 바람도 용서해 본다.
그가
벌판 한 구석을 지키며
야인 손을 흔들고 있다
풍요로워진다
따뜻해 진다
갑자기 행복해진다
오늘 저 평범한 허수아비가
내 심연을 수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