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소재로 한 연가
오늘도 서산으로 해는 지고
이 도시는 어두운데
안개처럼 가리워진 인식의 끝에서 만난
꽃 한송이
푸른 하늘을 흐르는 새처럼
자유로운 비상이여
꺾을 수 없는 날카로운 곳에서
빛을 내뿜는 당신을 보았소
나를 향한 기나긴 어둠에서의 인고(忍苦)
자, 시간은 되었소
태초, 아니 그 이전부터 나를
기다리며 살아온 꽃
절정(絶頂)으로 부서지는 몸부림으로
당신을 놓치지 않으리이다
계절이 바뀌고 다시
하나의 계절이 잉태되면
그때서야 피어나는 이파리
적막한 방(房)에서 내 두눈은
필까말까 망설이던 당신을 향해
화살을 쏘아 버리려고도 했다오
하나, 배 고파도 배 고파도
도덕질 하지 말라던 향기에
내 야윈 정신과 육체는
어둠을 잘라 먹으며
지혜의 순을 키워왔다오
당신은 나에게로 걸어와서
환하게 웃어줄 순 없는지
하여, 만발하는 꽃과 잎들을 보며
이 세상을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