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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사고나야 단속할까… 화물차 불법주차 몸살..
사회

사고나야 단속할까… 화물차 불법주차 몸살

김영목 기자 입력 2014/09/01 21:29 수정 2014.09.01 21:29

대구 산격동 대불로 40여대 다닥다닥 주차
주민들, 통행불편 호소… 행정은‘나몰라라’
 
▲ 지난달 30일 오전 찾은 대구 북구 산격동 대불로에 불법 주차된 대형화물차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있다. 대불로는 왕복 4차선 도로지만 불법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두개 차선만 이용되고 있다     © 운영자
지난달 30일 낮 12시 대구 북구 산격동의 대불로. 한낮인데도 폭 20m, 길이 650m의 도로에 40여 대의 대형 화물차들이 다닥다닥 붙어 주차돼 있다.
대불로는 청소년회관과 배드민턴장이 있는 대불공원 옆 4차선 도로다. 유통단지와 복현오거리간 원활한 교통소통을 위해 개설됐다.

하지만 늘어선 대형 화물차량 사이로 승용차들이 조심스레 지나가고 촘촘히 주차된 화물차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아이들이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지나가는 차들은 속도를 줄이고 조심 운전을 하며 행인들을 쳐다보고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수 십대의 화물차 뒤로는 4000여 세대의 주택과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인도를 따라 걷다보니 화물차는 물론 중장비차량, 굴삭기, 관광버스와 심지어 소방급수차량까지 주차돼 있다.

‘잠시 주차 중입니다. 연락주시면 이동하겠습니다’는 메모가 붙어 있지만 정작 전화번호는 적혀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르릉 투두두두…” 도로 너머에서 커다란 시동 소리가 들려왔다. 30m는 떨어져 있었지만 바로 뒤에 서 있는 것처럼 소리가 크게 들린다.
운전자에게 주민인지 묻자“집에 들르느라 잠깐 주차해 놨다”면서 이내 사라졌다. 바닥에는 생활쓰레기가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다.
대불공원 입구마저 45인승 관광버스에 가려져 있다. 공원 왼편의 시멘트벽과 14t 트럭 사이는 마치 동굴처럼 어둡다. 성인 남성도 쉽게 가려지니 범죄가 발생해도 발견하기 어렵다.

아파트 주민 박지영(22·여)씨는“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에 가려면 이 길을 지나야 하는데 트럭 사이로 누군가 튀어나올까봐 겁이 난다”며“무서워서 뛰어갈 때가 많다”고 말했다.
공원과 주택가 사이에 있는 도로는 보행자 안전문제도 취약하다. 인구가 밀집해 있다보니 항상 사고위험에 노출돼 있다.
도로 중간에 두 개의 건널목이 설치돼 있지만 한적한 곳이라 신호를 지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화물차에 가려진 곳에서 사람이 갑자기 뛰어 나온다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높다.

주민 정인순(56·여)씨는“화물차가 인도 위까지 올라와 있을 때도 있다”며“줄지어 서 있는 화물차를 보면 답답해진다. 민원도 넣어보지만 요즘에는 단속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오전11시께 찾은 대구 북구 동천동의 한 아파트 주변에도 8t 화물트럭과 택배차량 등이 갓길에 줄지어 서 있고 공터에는 퍼즐처럼 맞물린 사각지대가 생겼다.

대불로 만큼 차량이 많지는 않지만 거동네거리 방면으로 이어지는 삼거리 주변에 겹겹이 주차된 화물차로 맞은편 차선에서 오는 차량이 보이지 않는다.
좌회전 신호를 넣고 커브 길을 도는데 갑자기 마티즈 한 대가 튀어 나왔다. 조금만 더 안쪽으로 돌았다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주민 박모(37)씨는“밤에는 불법주차 된 화물차들이 더 많다”며“사람이나 오토바이가 화물차에 가려 안 보이는데 언제까지 조바심을 내며 다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 했다.
주민 김모(44)씨는“통행 지장과 소음, 매연으로 도로가 제 기능을 못하는 데도 행정은 손을 놓고 있다”면서“세월호처럼 사고가 터진 뒤 뒷북행정을 할 것인지, 한심하다”고 꼬집었다.          김영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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