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1일 10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지만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여야의 날선 대립으로 순탄치 않은 험로를 예고했다.
정기국회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입법부만이 갖고 있는 국정감사권과 예산 심의·의결권을 행사하는 유일한 장이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간 극단과 비타협의 정치로 정기국회 전망은 온통 먹구름 뿐이다. 첫 본회의 개최를 통해 정기국회의 문은 열었지만 향후 의사일정 합의를 이루지 못한 데다 일말의 기대를 모았던 새누리당과 세월호 가족대책위측의 3차 회동도 성과없이 끝났다.
당초 이날 본회의 개최는 불투명했으나 송광호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방탄국회' 오명을 뒤집어 쓸 필요가 없다는 새정치연합의 의지에 따라 예상과 달리 열리게 됐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정기국회 첫 단추는 꿰어야 한다면서 여야에 이날 본회의 개최를 설득한 점도 한몫했다. 그러나 정기국회 순항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가장 중요한 정기국회 의사일정도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상황이고 세월호특별법 처리도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국회 파행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여야는 7, 8월 임시국회를 포함해 넉달 가까이 법안을 단 한건도 처리하지 못한 채 국회를 공전시켰고, 지난 8월31일이 시한인 2013년 회계연도 결산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이번 정기국회가 제대로 가동될지는 무엇보다 장외를 돌고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회군여부에 달렸다.국회를 내던진 야당이 그나마 체면을 유지한 채 장내로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은 새누리당과 세월호 유족간 대좌에서 특별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는 것뿐이다.
문제는 야당이 국회에 들어올 명분을 찾지못하면 여당도 이른바 시급한 민생 및 경제회생 법안 등은 물론 국정감사나 예산안 처리 등을 사실상 방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여론의 흐름측면에서 유리한 입장에 놓인 새누리당이 야당의 등원을 일방적으로 압박하기보다는 조건을 만드는데 적극 나서야할 이유다. 그러나 여당과 유족간 협의진전 여부를 떠나 야당은 무조건 국회에 들어와야 한다. 여야합의를 두 번이나 파기하며 장외투쟁에만 몰두하는 건 누가봐도 제대로 된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 여야가 국민과 민생을 너무 오래 내팽개쳤다고 자성한다면 이번 정기국회에 성의있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