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은 유구한 역사로 하여 전승지역의 광역성, 전승기층의 견고성, 전승사설의 적층성, 전승장르의 확장성, 전승주체의 자발성을 특성으로 하여, 역사공동체 시기에서 이산과 분단의 오늘에까지 향유되는 노래이며 문화이다. 아리랑은 정한의 정서적 수렴체로, 모순에 대한 저항적 발현체로, 편향과 극단에 대한 차단체로, 고난에 대한 극복 의지의 추동체로 가치화 되어, 향유하는 ‘겨레의 노래’이며, 세계적 보편 가치를 지닌 ‘인류무형문화유산’이다.
아리랑은 민족문화의 정수이며 민족 상징으로서 저항·대동·상생의 3대 정신을 기저로 하여서, 통일을 견인하고, 미래 통일시대에도 탁월한 보편 가치인 문화형질로 기능할 것이다. 겨레 노래 아리랑의 가치와 위상은 민족공동체 실현을 위해 ‘보이지 않는 손’으로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하여 교류와 화해를 통한 민족통합에 다가가는 실천적 운동의 동력이다. 이에 우리는 남과 북, 중국·일본·러시아·미주지역과 180여개국 해외동포사회와 함께하는 겨레 기념일로 ‘아리랑의 날’을 제정하여 지속가능하고 미래적인 민족문화운동을 실천하고자 한다. ‘누가 부르는가와 어떤 아리랑인가 보다 왜 부르는가’가 더 중요함을 실증하는 연구와 공연을 통해 모두가 함께하고, 나아가 아리랑정신을 세계 보편정신으로 확산시켜, 미래적 지향 가치를 구현하고자 한다. 이로써 매년 10월1일, 아리랑의 가치와 위상을 소중히 나누는 대동의 장으로 겨레 기념일 ‘아리랑의 날’ 제정을 선언하는 바이다.” (2013년 10월1일 겨레 기념일 ‘아리랑의 날’ 제정위원회)
88년 전 10월1일 춘사(春史)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이 개봉한 날을 한겨레아리랑연합회는 ‘아리랑의날’로 정했다. 치열한 토론 끝의 택일이다. 정선 아리랑이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등재된 날(1971년 12월16일), 국토통일학생총동맹이 아리랑을 민족의 노래로 규정한 날(1961년 5월19일), 대한민국임시정부 광복군 성립식에서 광복군 아리랑이 공식적으로 불린 날(1941년 9월17일), 진도 아리랑이 문헌으로 처음 확인된 날(1935년 7월14일 조선일보), 아리랑이 남북 스포츠 단일팀의 단가가 된 날(1989년 3월9일) 등을 제쳤다.
이렇듯 ‘아리랑’이라는 어젠다는 한겨레아리랑연합회가 주도하고 있다. 1981년 창립 이래 언제나 그래왔다. 올해 제2회 아리랑의날에는 특히 다섯 가지에 주력한다. 서울 창덕궁소극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판, 아리랑’과 지난 광복절 ‘대구 아리랑제’ 참가자들이 공감, 동의한 전국단위 사업들이다.
◇‘아리랑의 불’을 채화, 봉안한다
아리랑의 불멸성으로 민족문화 전승의지를 천명한다는 의미다. 9월 중 태백산 정상에서 채화, 전국을 순회한 다음 서울·정선·문경 중 한 곳에 안치한다. 추후 국가 기념관이 건립되면 이관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대형 촛불로 옮겨 밝히다가 전천후용으로 제작, 날씨에 상관없이 야외에서도 꺼지지 않도록 한다.
◇1926년 10월1일 오후 7시에 개봉한 영화 ‘아리랑’의 전단을 복원한다
당시 일제경찰은 이 영화 선전지 1만매를 압수했다. ‘아리랑 노래 중 공안을 방해할 가사’를 문제 삼았다. 이 팸플릿은 아직 1장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겨레아리랑연합회는 개봉 전후 광고문을 통해 전단의 내용과 함께 ‘공안을 방해할’ 노랫말을 찾아냈다. 10월1일 광고에는 있고, 10월3일 광고에서는 삭제된 ‘문전에 옥답은 다 어디로 가고. 쪽박에 신세가 웬말이냐’다. 옅은 하늘색 미농지에 5, 7호 연활자로 인쇄돼 있다. 같은 조선키네마 주식회사가 ‘아리랑’보다 석 달 앞서 선보여 나운규의 성가를 높인 영화 ‘농중조(籠中鳥)’의 전단에 근거한 추정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대비극 웅대한 규모! 대담한 촬영술 조선영화사상의 신기록! 당당봉절(堂堂封切) 촬영3개월간 제작비용 1만5000원 돌파! 보라! 이 눈물의 하소연! 일대 농촌 비시(悲詩)! 10월1일 봉절. 매석 7시 시영(每夕七時始映) 조선키네마 초특작 주옥편. 눈물의 아리랑, 웃음의 아리랑, 막걸리 아리랑, 북악의 아리랑, 춤추며 아리랑, 보내며 아리랑, 떠나며 아리랑. 문전의 옥답은 다 어디로 가고! 동양의 쪽박이 웬일인가! 현대비극 아리랑 전8권. 누구나 보아 둘 이 훌륭한 사진. 오너라, 보아라. 감독 쓰모리 히데가츠(津守秀一)씨, 원작각색 춘사, 주연 나운규 신일선, 출연자 나운규씨 남궁원씨 신홍련(신일선)씨 주인규씨 이규설씨. 대봉절장 단성사.’
◇독일 ‘라우트 아카이브’ 고려인 포로 아리랑 등 음원을 오픈한다
20여년 간 국내외에서 수집한 음원 가운데 학술적 가치가 있는 것을 학술목적에 한해 공개한다. 2012년 독일 라우트 아카이브에서 입수한 1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 동포 포로들의 육성 아리랑, 일본 오카모토 분야(岡本文彌)의 ‘정신대 아리랑’ 등 해외 자료와 1990년대 수집된 국내 아리랑 음원이 포함된다. 또 1980년대 해외 프리 재즈뮤지션들이 녹음한 음원도 디지털 전환 후 공개할 예정이다.
◇아리랑 사료를 전시한다
단순 아리랑 자료가 아닌, 아리랑의 역사자료 전시회다. 아리랑박물관 건립을 위해 1980년대부터 수집한 자료 중 필사본(유일본)과 아리랑 표제 단행본 중심의 기획전이다. 9월30일 정선군 여량리 아리랑박물관건립추진위 사무국에서 10일간 선보인 뒤 정례화한다. 정선아리랑 시원설 입증자료로 논란이 된 ‘도원가곡’ 필사본, 동학혁명 문헌인 ‘통류호령문(通謬湖嶺文)’ 중 ‘아라란’, ‘아라리가 울다 노래하다라는 뜻이고, 조선에서 온 노래’라는 일본의 기록 ‘아라리’도 나온다. 경복궁 중건에 모두 참여하라는 ‘대원위 대감 통문’ 실물과 번역문도 볼 수 있다.
◇아리랑 역사의 현장, 즉 아리랑 유적지에 기념 표지석을 세운다
지난해 추진위원회가 3차에 걸친 논의 끝에 국내외 10곳을 선정했다. 영화 ‘아리랑’ 개봉관으로 본조아리랑이 탄생한 단성사, 나운규가 아리랑을 듣고 가슴에 새긴 회령 철도(회령역), 1931년 5월 권도순이 아리랑을 가르치다 수감된 경북 영덕 오도면 대부동 야학 터, 그리고 미국·일본(2곳)·중국·옌하이저우·사할린·필리핀 등 해외 6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