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시험에 임하는 자세
1년간 정말 착실히 공부를 열심히 하던 학생이 있다. 문제집도 여러 차례 풀고, 적절하게 강의도 듣고 복습도 여러 차례 했다. 그리고 오답 노트도 스스로 만들어서 보고 또 보면서 모르는 것들을 지속해서 체크해 뒀다. 당연히 성적도 수직으로 상승했다.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늘어나고, 정답률도 높아졌다. 모의고사들을 풀며 만족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공부에 재미도 붙였다. 점점 자신에 대한 믿음이 쌓이면서 전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좋은 성적을 내려고 노력해갔다.
알찬 수험생활을 보내고 시험 날이 다가왔다. 떨리는 마음을 다잡아가며 마지막 마무리까지 정말 성실히 했다. 그리고 시험 당일 날, 모두의 기대와 이목이 쏠린 이 학생의 시험 결과는 정말 예상 밖이었다. 대부분이 3등급이 나왔고, 아이는 좌절했다. 그동안 치렀던 대부분의 모의고사에서 1등급대를 늘 안정적으로 유지했고, OMR 카드에 실수조차 잘 하지 않던 학생이라 다들 의아해 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대체 왜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모두의 기대가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며 너무나 마음이 조마조마했었다고 한다. ‘쟤는 시험 잘 볼 거야.’라는 눈빛으로 다 자신을 쳐다보니, 알게 모르게 불안하고 초조한 상태였다고 한다. 게다가 성적도 수험생활을 하면서 내내 올라만 갔던 터라, 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늘 자신을 짓눌렀다고 한다. 그렇게 정신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상태에서 시험을 치르는 날이 되자, 새벽 4시에 잠에서 깨어 전날 먹은 음식을 모두 다 토해내고 말았다고 했다. 그리고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을 보고, 내내 집중되지 않아 시험을 망쳤다. 그런데 이런 친구들이 뜻밖에 꽤 많은 편이다.
이런 일이 왜 발생할까? 몇 해 전에도 첫 시험인 국어 시험 시간에 체해서 모두 다 토해내고 시험을 망친 경우가 있었다. 이 친구의 정신 상태를 보고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되었다. 너무 많은 욕심과 집착이 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을 정말 잘 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임하게 되면 오히려 실수를 연발하고, 제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차라리, ‘내가 아는 것들은 다 제대로 써내야지.’라는 생각이 더 도움될 수 있다. 가끔 올림픽이나 육상 경기를 하는 것을 보더라도 출발 신호를 어기고 몸이 먼저 나가는, 마음이 좀 급한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러다 실격패를 하기도 한다. 마음이 너무 급하고, 내 실력 이상의 결과를 내려면 더 긴장하고 실수를 연발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배우고 공부한 만큼만 다 쏟아내고 온다는 마음가짐이 훨씬 도움된다. 편안한 정신상태로 내 평상시 성적만 받아도 된다는 자세로 시험에 임하길 바란다.
실제 작년에도 정시로 명문대에 합격했던 한 학생이 남겼던 말이 있다. 국어 시간에 문제가 하나 잘 안 풀리면서 순간 초조해지고 두려움이 엄습했다고 했다. 그리고 글이 안 읽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잠시 눈을 감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안되면 나에겐 기회가 또 있을 수 있으니, 까짓, 편하게 보자!’ 그러자 편하게 모든 문제가 평상시처럼 술술 잘 풀렸다고 한다. 결국, 정시로 명문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정말 마음먹는 것에 달려 있다. 남은 기간 마무리에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결과는 그에 따라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믿자. 결과에 집착하며 너무 욕심내서 불안함을 만드는 것은 금물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 하지 않던가.
윤의정(SZ 공부법 연구소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