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78) 전 대우그룹 회장은 22일 "제조업이 강하지 않고서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업가정신'을 갖춘 후배양성에 적극 힘쓰겠다는 뜻도 함께 피력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서울대 관악캠퍼스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열린 경제학 콘서트에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참석, '대우 흥망과 IMF 주도 개혁의 재조명'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신흥시장은 우리에게 선진국과 대등히 경쟁할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줬다"면서 "이 시장에서 기득권을 가지려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조업을 강하게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환위기 이후 잘못된 구조조정으로 제조업 투자가 위축되면서 저성장 기로에 놓이게 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세계는 아직도 넓고 글로벌 협력의 기회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제조업을 강화해 나가면 우리는 국민소득 4만불이 넘는 선진국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은 30여년 간 기업을 경영하면서 가장 보람된 일로 '해외시장 개척'을 꼽았다.
그는 "대우는 수출과 해외시장 개척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 한국에서 가장 먼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나는 누구보다 세계의 무한한 시장을 봤고, 충분히 경쟁해 성공할 수 있단 자신감이 있었다. 이 자신감으로 (해외) 모든 시장을 선구적으로 개척했다는 사실을 나와 대우 출신들은 가장 큰 보람으로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1980년대 말 사회주의 붕괴로 대규모 신흥시장이 등장한 세계 경제의 변화를 적극 활용해야 된다고 여겼고, 20~30년 후를 내다볼 때 신흥시장에서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고 판단했다"면서 "신흥국이 경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나와 함께 당신네 나라를 한국처럼 성장시켜 보자'고 제안할 수 있었던 것도 우리만의 경쟁력이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김 전 회장은 기업 투자에 대한 신뢰와 정부의 균형잡힌 정책을 강조했다.
그는 "산업 투자는 10, 20년 앞을 내다보고 하는 장기적인 것이 많은 만큼 기업을 믿고 적극 성원해줘야 한다"면서 "정부도 산업정책을 균형있게 시행해 나가면 제조업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업가 정신을 갖춘 후배 양성에 힘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우리 세대에는 해외에 나가 사업을 하더라도 나라가 힘이 없어 갖은 수모를 겪었다"면서 "지금의 젊은이들은 (나와 같은 절차를 밟지 않고) 미래의 주역으로 커 나가도록 도와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도 앞으로 사회에 나가면 세계를 무대로 큰 활약을 펼칠텐데, 개인의 발전과 함께 나라의 발전도 마음에 담아달라. 조국이 힘이 있어야 개인의 발전도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 8월 신 교수가 집필한 대화록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통해 대우그룹의 해체가 경제 관료들의 정치적 판단 오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우그룹 해체 15년 만에 처음 입을 연 것이다.
이후 자신의 저서를 소개하기 위해 전국 곳곳의 대학을 찾아 다니고 있다.
지난달 16일 자신이 설립한 아주대학교를 방문한 데 이어 거제·부산 지역 대학생들을 차례로 만났고, 이달 2일 모교인 연세대를 찾았다.
같은 달 14일 독감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전북대 강연에 불참하게 됐지만, 서울대 강연에는 참석하기 위해 21일 오후 퇴원했다. 그러나 감기 증세가 악화돼 이날 강연 도중에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