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계투 보직 파괴하며 독한 마운드 예고
올해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넥센 염경엽(46) 감독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이 '절실함'과 '간절함'이다.
지난해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즐기자'는 마인드로 가을잔치를 치렀던 염 감독은 2승을 한 후 내리 3패를 당해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겪자 올해 시즌 중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뒤부터 이 단어들을 입에 올렸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주장 이택근도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진지하고 간절하게 야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넥센의 중간계투 보직 파괴는 염 감독의 이같은 간절함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넥센 필승계투조를 상대의 머릿속에 심고자 했던 염 감독은 조상우를 키워 조상우~한현희~손승락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완성했다.
정규시즌 중에 이 순서가 바뀌는 경우는 없었다.
근소한 점수차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필승조가 투입되면 조상우가 가장 먼저 마운드에 올랐고, 한현희가 셋업맨으로 등판했다. 뒷문을 지키는 것은 늘 손승락이었다. 한현희가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것은 손승락이 부진으로 2군에 갔을 때 뿐이었다.
염 감독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정규시즌과는 다른 마운드 운용을 선보였다.
4회까지 이미 3점을 준 헨리 소사가 5회초에도 볼넷과 안타를 내주며 1사 1,3루의 위기를 만들자 염 감독은 조상우를 투입했다. 시즌 중에는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지면 다른 투수가 등판하고, 조상우는 6회 이후에나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조상우는 34개의 공으로 2⅔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8회 조상우의 뒤를 이은 것은 뜻밖에도 손승락이었다. 손승락의 등장에 보고 있던 이들이 모두 어리둥절해할 정도였다. 손승락이 1⅔이닝 동안 30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거서 끝이 아니었다. 손승락이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손승락이 이병규(등번호 9번)에 안타를 맞자 염 감독은 한현희로 마운드를 교체했다. 이어 타석에 들어서는 김영관이 까다로운 타자가 아니었지만 염 감독은 방심하지 않았다.
경기 후 염 감독은 "정규시즌과 다르게 세이브와 홀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포스트시즌에는 고정 마무리투수가 없다"고 못박았다.
그가 정규시즌과 다른 마운드 운용을 펼치는 것은 오직 '승리' 때문이다.
염 감독은 "이길 확률이 높은 운용을 할 생각이었다. 선수단에도 인지를 시켰다. 조상우와 한현희, 손승락 중 누구든지 마무리투수로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 타자가 누가 걸리느냐에 따라 조상우와 한현희, 손승락의 등판 순서가 결정될 것이다. 다만 조상우는 마무리투수 경험이 없어 한현희나 손승락이 뒷문을 책임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승리에 대한 간절함에서 나온 염 감독표 '독한 야구'는 거기가 끝이 아니었다. 염 감독은 필승계투조의 한계 투구수를 높게 잡아놨다.
염 감독은 "조상우와 한현희, 손승락 등 모두 기본은 투구수 30개 내외다. 하지만 45개의 공까지 던질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이틀에 하루씩 쉬는 기간이 있지 않는가. 물론 이틀 연속 45개를 던지는 것은 무리이지만 승부처에서는 그렇게 던지게 할 수도 있다"며 독한 마운드 운용을 예고했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 이들에게 긴 이닝을 맡겨 반드시 승리를 일구겠다는 염 감독의 의지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공들여 자리잡게 만든 필승계투조 보직까지 스스로 무너뜨린 염 감독의 '독한 야구'는 과연 한국시리즈까지 닿을 수 있을까.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