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한의학
날씨가 추워지면서 실내와 실외의 온도 차이가 많이 벌어지게 되는데, 차가운 실외에 있다가 따뜻한 실내로 들어가면 일시적으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일시적이며 다시 원래의 얼굴 색으로 돌아오는 것이 정상이다. 만약 붉은 정도가 심하거나 오래 지속이 된다면 안면 홍조를 의심해볼 수 있다.
여성들의 경우 자신의 피부에 맞지 않는 화장품의 사용이나 갱년기 증상으로 안면 홍조가 나타나기 쉽다. 그러나 안면 홍조를 유발시키는 원인은 다양한데, 피부 질환이 생겼을 때 적절한 처방을 따르지 않고 장기간 무분별하게 스테로이드 연고에 의존할 경우에도 혈관이 약해지고 늘어나면서 안면 홍조를 발생시킬 수 있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고 자외선의 영향을 장기간 받았을 때도 피부 재생력이 약해지면서 홍조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가을이나 겨울에는 실내와 실외의 기온 차이가 커지면서 피부 모세혈관이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면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고, 자극적인 음식이나 술 등도 홍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
안면 홍조가 있다면 자극적인 식습관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짜고 매운 것, 치즈나 초콜릿, 레몬처럼 지나치게 신 음식, 감미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 등은 모두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이런 음식들이 직접적으로 안면 홍조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장육부의 기능이 떨어진 상태이거나 피부가 약해진 상태에서 이런 음식들로 자극을 줄 경우에는 홍조가 발생할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 과음하는 습관도 줄여야 한다. 한 잔 정도의 술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만들 수 있지만 과음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늘어지게 해서 홍조를 유발하게 된다
. 날씨가 추워지면서 사우나나 찜질방에 가는 횟수도 늘어날 수 있는데, 안면 홍조에는 좋지 않다. 사우나나 찜질방을 다녀오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온도 변화가 심한 곳에서 피부는 민감해지기 쉽다. 특히 운동 후 바로 사우나를 하거나 찜질방을 이용하는 것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피부 탄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대신 가벼운 샤워나 족욕 등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피부나 모세혈관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지만 감정의 문제로 홍조가 발생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주로 긴장하거나 흥분한 상태에서 발생하게 된다. 원래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상반된 역할을 하지만 서로 적절히 조화와 균형을 이루면서 체온이나 땀, 내장 기관 등을 제어하게 된다. 이 균형이 잘 유지되었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감정이 급격히 변할 경우 교감 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면서 자율 신경의 균형이 깨지게 된다. 따라서 혈관이 확장되고 심장 박동도 빨라지면서 홍조가 발생하게 된다. 감정의 변화 때문에 발생하는 감정 홍조의 경우 심리적인 부분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의학에서는 얼굴이 잘 붉어지면 심장의 기운이 약한 것으로 보는데, 심장의 기운이 약하면 감정의 변화도 심해지게 된다. 또한 간장과 신장의 기운이 허할 때도 감정 홍조가 발생할 수 있는데, 간장과 신장이 약한 사람들 중에는 화를 잘 내거나 변덕스럽고 사소한 일에 흥분을 잘 하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감정 홍조가 있다면 심장, 간장, 신장이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이를 회복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에는 항상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스트레스나 급격한 감정 변화에 휘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게 도와주고 혈압을 안정시키며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 수 있는 명상이나 복식호흡 등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김소형(한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