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금공장 화학물질 누출‘50명 부상’
10일 대구에서 발생한 도금공장의 화학가스 누출 사고는 안전불감증에 따른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23분께 대구 달서구 갈산동의 한 도금공장에서 탱크로리 차량에 든 차아염소산나트륨(NaOCl)을 옥외 저장탱크에 옮겨 담는 과정에서 염소산 가스가 누출됐다.
사고는 탱크로리 기사 라모(46)씨가 차아염소산나트륨을 저장탱크에 주입하면서 실수로 황산(H2SO4) 저장탱크에 주입하는 바람에 두 물질이 만나 염소산 가스가 생성돼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시 2만1000ℓ 규모의 탱크로리 차량에서 황산 저장탱크로 차아염소산나트륨 100ℓ가량을 옮겨 담은 상태였다.
작업 현장에는 유해화학물질 취급자가 있었다. 라씨는 유해화학물질 취급자의 지시를 받아 차아염소산나트륨 주입 밸브를 저장탱크에 연결했다.
이 과정에서 라씨의 착오로 밸브를 잘못 연결한 것인지 유해화학물질 취급자가 잘못 지시한 것인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은 도금 과정에 나온 폐수 가운데 유독물질인 시안(CN)을 처리하는데 주로 사용된다. 산화제나 살균제, 표백제 등으로도 쓰인다.
다만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상 유해화학물질(유독물질·허가물질·제한물질·금지물질·사고대비물질 등)로는 분류돼 있지 않아 취급이나 반입·반출 등에 있어서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
사고 직후 대구지방환경청이 공장 주변의 염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최대 8ppm으로 나타났다. 현재 사고 현장 반경 1m 이내에서 0.5ppm 정도로 소량 검출되고 있다.
환경당국 측은 염소산 가스에 의해 사람이 사망에 이르려면 적어도 50ppm 이상의 농도로 10분 이상 노출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오후 5시 현재 사고에 따른 부상자는 50명 가량으로 집계되고 있다. 다행히 상태가 중하지 않아 대부분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퇴원한 상태다.
하지만 관련 법상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부상자의 피해 정도도 심각하지 않다고 해도 작업자의 실수로 빚어진 사고인 만큼 '인재(人災)'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는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한 뒤 관련자들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서울=최태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