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전, 한 역사학자가 내게 아호(雅號)를 하나 지어주었다. 석파(石波). 두 글자가 마음에 오래 걸렸다. 돌과 파도. 파도는 쉬지 않고 밀려오지만, 돌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독도는 정확히 그런 섬이다. 수천 년 동안 두드려지면서도 끝내 그 자리를 지켜온 섬. 아호를 받아 든 날, 나는 한동안 그 두 글자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들여다보았다. 학자로서 독도를 연구해온 세월이 그 안에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곱씹을수록 그 아호는 비단 한 학자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었다. 독도 그 자체가 돌과 파도의 이름이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에 대한 예우는 대한민국이 끝까지 지켜야 할 국가의 책무이다. 그 책임은 단순히 보훈급여를 지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삶의 현장에서 함께하는 데 있다. 이러한 보훈의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 바로 보비스(BOVIS, Bohun Visiting Service)이다. 올해는 보비스 선포 19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다. 지난 19년 동안 보비스는 \'찾아가는 보훈\'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의 곁을 지키며 보훈복지의 든든한 ..
독도에 빈 방이 생겼다. 살림도구가 그대로 남아 있다. 낡은 사진이 벽에 걸려 있다. 빛바랜 편지가 서랍 안에 있다. 그러나 그것들의 주인은 돌아오지 않는다. 2026년 3월, 마지막 독도 주민이 세상을 떠났다. 이로써 독도에 주민등록을 두고 실제로 거주하던 일반 주민은 단 한 명도 남지 않게 되었다. 경비대원과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여전히 그 섬을 지키고 있지만, 살림을 차리고 고기잡이를 하며 생애의 온기를 채우던 진짜 주민의 계보는 그렇게 멈추어 섰다. 사람이 떠난 자리는 조용하다.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무겁다. 같은 시기, ..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기기의 사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시원한 바람은 무더위를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관리가 소홀한 냉방기기는 자칫 화재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안전하고 쾌적한 여름은 작은 점검과 올바른 사용 습관에서 시작됩니다.여름철은 냉방기기 사용이 집중되는 시기입니다. 특히 에어컨과 선풍기는 장시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전기적 과부하와 제품 노후화, 관리 소홀 등으로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높습니다. 최근 5년간 에어컨과 선풍기로 인한 화재는 총 2,184건 발..
1945년, 해방 전까지 일본의 지도는 한결같이 ‘한국 영토 독도’를 부정한 적이 없었다. 어쩌면, 우리나라 지도가 ‘독도를 조선의 영토’로 그린 지도보다 더 확실하게 일본의 지도는 350년 이상 조선의 영토로 독도를 그려 그 진실을 실토하고 있다. 일본의 지도를 모아 독도로 가는 관문 포항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강원도 호야지리박물관이 5일부터 9월 10일까지 포항시 구룡포과메기문화관에서 열리며, 주제는 ‘한국령 독도’ 일본의 지도가 그 진실을 토(吐)하다‘이고, 문화채육관광부와 한국박물관협회가 공동으로 주최, ..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걷다 보면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마음을 가다듬게 만드는 문장 하나와 마주하게 된다. “조국은 그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국가의 부름에 응했던 우리의 아들딸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27일 ‘유엔군 참전의 날’과 ‘정전협정 체결일’을 앞두고, 비문에 새겨진 이 짧고도 무거운 문장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평화의 진짜 무게와 감사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준다.1950년 6월 25일 한반도에 전쟁의 참화가 들이닥쳤을 때, 전 세계 22개국에서 온 참전용사들에게..
지루한 장마와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는 여름입니다. 올여름은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강수량도 많을 것이라는 예보에,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시원한 계절을 보낼 수 있을지 깊은 관심과 준비가 필요한 때입니다. 여름철은 냉방기기 사용 급증, 장마철 습기로 인한 누전, 휴가철 장기간 빈집 발생 등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화재 위험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있는 시기입니다. 이에 우리 소방서 역시 다중이용시설과 취약 시설을 점검하고 집중호우 대비 태세를 갖추는 등 시민 여러분이 안심하고 일상을 누리실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년 7월 27일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함께 싸워준 유엔군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유엔군 참전의 날입니다. 이날은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날을 기념하는 국가기념일로,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어떤 희생 위에 세워졌는지를 되새기는 날이기도 합니다.1950년 6·25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대한민국은 국가의 존립마저 위협받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때 22개국은 전투와 의료지원을 통해 대한민국을 도왔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낯선 땅에서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웠습니다. 국적과 언어, 문화는..
2012년 여름, 런던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이 끝난 직후였다.박종우 선수는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며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문구를 들었다. 관중은 환호했다. 그러나 그는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징계가 내려졌고 동메달은 한참 뒤에야 전달되었다. 경기장 안에서 선수 한 명이 들어 올린 종이 한 장이 그토록 무거운 결과를 낳았다. 그 장면이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억울함 때문만이 아니었다. 국제 스포츠가 영토 문제 앞에서 얼마나 다른 무게를 적용하는지를 그 순간 너무 선명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무게는 어느 쪽에 더 기울..
대구지방보훈청에서 근무하다 보면 보훈가족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절차가 복잡해 다시 방문해야 했다”는 이야기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이 정당한 예우와 지원을 받기 위해 오히려 불편을 겪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보훈의 가치를 온전히 전달하지 못하는 일이다. 규제합리화가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규제합리화는 규제를 무조건 없애는 것이 아니다. 꼭 필요한 기준과 원칙은 지키되, 현장에서 불필요하게 반복되거나 국민에게 과도한 불편을 주는 절차는 합리적으로..
2026년 7월 15일, 나는 서른다섯 해 만에 마지막 강의를 했다. 강의실에는 129명의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서로 다른 전공 서로 다른 꿈 그들은 학점을 따러 왔고 취업 스펙을 쌓으러 왔다. 당연한 일이다. 이 시대 청춘들이 마주한 현실이 그러하니까. 나는 그것을 탓하지 않는다. 다만 그날만큼은 학점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교재를 덮고 창문 너머 흐린 아치섬 바다를 한참 바라보았다. 파도는 여전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마지막 수업에서도 나는 결국 독도를 이야기했다. 세상은 나를 오랫동안 \'독도교수\'라 불렀다. 내가 ..
화재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으로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조금만 일찍 발견했더라면\", \"소방시설만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화재를 마주할 때입니다. 불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연기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번지고, 단 몇 분 만에 소중한 생명과 삶의 터전을 앗아갑니다. 그래서 소방은 화재를 진압하는 것만큼 화재를 예방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김천소방서 관내에서도 이러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최근 5년간 공동주택에서만 58건의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며 연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제 폭염은 단순한 계절적 불편을 넘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명백한 \'자연재난\'입니다. 기상청도 올해부터 18년 만에 특보 체계를 개편하여, 생명에 중대한 위험이 예상될 때 \'폭염중대경보\'를 발령하고 야간 건강 피해를 막기 위한 \'열대야주의보\'를 신설했습니다. 이는 폭염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변화입니다. 폭염특보가 발효되면 누구나 안전수칙을 철저히 실천해야 합니다. 특히 농업인, 야외 건설현장 근로자, 홀로 생활하시는..
2025 APEC 정상회의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진정한 평가는 지금부터다. 국제행사는 개최 자체보다 무엇을 남겼는지가 더 중요하다. APEC이 대한민국 외교의 성과를 넘어 미래 성장의 자산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레거시(Legacy)가 필요하다. 그 중심에 아시아·태평양 AI센터(APEC AI Center)가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특정 산업의 기술이 아니다. 경제와 산업은 물론 외교와 안보, 교육과 문화까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AI를 선도하는 국가가 미래를..
워싱턴의 서고는 조용했을 것이다.형광등 아래 줄지어 선 철제 서랍들. 그 안에 잠든 수천 장의 문서들. 누군가 그 서랍을 하나씩 열었다. 손이 떨렸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한 장의 문서 앞에서 멈췄다. 1948년 미군 당국이 독도를 \"한국의 일부\"로 기록한 문서였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의 깊숙한 서고에서 발굴된 이 기밀문서는 독도 영유권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역사적 근거다. 그것을 찾아낸 손은 국가의 손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홀로 서고를 뒤진 개인 연구자의 손이었다.반가웠다. 그리고 서늘했다.독도 자료 발굴의 역사는 ..
안동이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을 선포한 지 어느덧 20년을 맞았다. 20년 전의 선포는 단순히 차별화된 도시 브랜드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아니었다. 오랜 세월 안동인이 만들고 지켜온 정신문화의 가치를 대한민국 앞에 당당히 밝히고, 사람 중심의 세상을 향한 안동의 책임을 스스로 다짐한 엄숙한 선언이었다. 지난 20년 동안 세상은 눈부시게 달라졌다. 인공지능(AI)의 등장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물질문명을 누리고 있지만, 효율과 속도, 경쟁만을 앞세운 물질만능주의는 심각한 인간 소외와 공동체 붕..
지난 한 주 독도에서 반가운 소식이 세 개 왔다. 한동대학교가 울릉캠퍼스를 열어 학생들이 기후변화와 섬의 생태계를 몸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자연보호중앙연맹은 세계 각국의 외국인 유학생들과 함께 독도의 바다를 찾았고 그 청년들은 귀국 후 독도를 알리는 민간외교관이 되겠노라 다짐했다. 그리고 70명의 시민이 독도 동도 선착장에서 초대형 태극기를 펼쳤다. 그 뭉클한 장면은 SNS를 타고 세계로 퍼졌다. 교육이 있었고 연구가 있었고 뜨거운 시민의 참여가 있었다.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이 나라에 독도를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
여름 휴가철에는 숙박시설과 음식점, 영화관, 대형 판매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의 이용객이 크게 늘어납니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은 작은 부주의도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철저한 화재예방 관리가 필요합니다. 특히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기기는 장시간 사용하는 만큼 사전 점검과 올바른 사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매년 반복되는 냉방기기 화재의 상당수가 전기적 이상과 관리 소홀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사용 전에는 전선 피복이 벗겨지거나 눌린 곳이 없는지, 플러그와 콘센트가 변색되거나 뜨겁지 않은지 확인해야 합니다. 하나의 콘센..
최근 안동을 비롯한 경북지역에서 안타까운 교통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순간의 부주의로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경찰서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교통사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한 가정을 무너뜨리고 지역사회에 깊은 아픔을 남기는 사회적 재난입니다. 특히 최근 발생한 교통사망사고를 분석해 보면 고령 운전자 및 고령 보행자 사고, 야간 시간대 시인성 부족으로 인한 사고, 중앙선 침범 및 안전거리 미확보, 과속 및 신호위반 등 기본적인 교통법규 위반이 주요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안동경찰..
포항의 역사를 얘기할 때 가장 떠오르는 이미지는 포항제철이 그중 하나이다. 남구 해도동은 1970년대 포항제철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제철소와 철강공단의 형성으로 포항지역 특히 우리센터 관할인 해도동과 그 인근 송도동, 상대동으로 인구가 대거 유입되었고 이후 1980년대 상권형성의 황금기를 맞이하게 되면서 전성기 때는 12만 명 선에 달했다. 당시 포항에서 가장 밀도가 높고 활기찬 핵심 주거상업벨트를 형성하면서 송도동을 넘어 인근 죽도시장까지 상권이 이어졌으며 상대동은 시외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상권이 번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