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전남 여수에서 막을 내린 제68회 종합탁구선수권대회의 화두는 단연 플라스틱 공이었다. 120년 전통의 셀룰로이드 공이 사라지고 플라스틱 공이 본격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한 것은 올해 중순부터다. 셀룰로이드 공은 열에 취약해 순식간에 전소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항공 운반이 금지돼 수송에 어려움을 겪자 국제탁구연맹(ITTF)이 칼을 댄 것이다.
국내 대회에서 플라스틱 공이 등장한 것은 이번 종합선수권이 처음이다. 대한탁구협회는 DHS사의 이음새가 있는 플라스틱 공을 공인구로 지정해 대회를 치렀다. 바뀐 공과 종전 공의 크기 차이는 거의 없다. 지름이 39.7㎜에서 약 0.5㎜ 가량 커졌을 뿐이다. 무게는 평균 2.70g으로 동일하다. 하지만 재질의 변화만으로도 선수들에게는 혼란을 주기에 충분했다.
새로운 플라스틱 공의 가장 큰 특징은 회전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회전을 많이 주는 커트로 상대 실수를 유발해내야 하는 수비 전문 선수들에게는 다소 불리해진 셈이다. 반대로 힘을 주무기로 하는 선수들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젊은 공격형 선수들인 정영식(KDB대우증권)과 양하은(대한항공) 등이 승승장구하며 개인전 단식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정영식은 "아무래도 수비형 선수가 조금은 불리한 것 같다. 세혁이형을 이길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식은 그동안 매번 패했던 주세혁을 단식 8강전에서 세트스코어 4-0으로 완파했다. 시원시원한 공격이 장점인 이상수(삼성생명)는 "공끝이 죽어 있는 느낌이다. 뻗는 것은 예전보다 덜하지만 상하의 변화가 심해졌다"고 전했다.
공격형 선수에게 보다 나은 공이라는 평가가 많은 편이지만 대다수 탁구인들은 아직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플라스틱 공으로 연습한 지 한 달도 채 안 된만큼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권혁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