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배동현 언론인
MB 정부의 4대강 사업은 논란 끝에 2009 년 10월 착공됐고, 2년여 만인 그해 말 한강.낙동강.영산강.금강의 16개 보(洑)가 일반에 개방되면서 사실상 완공됐다. 개방 이후 두해를 넘기며 ‘완공 2년차’를 맞고 있는 요즘 이 사업은 검증 국면에 본격 돌입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이미 일부 구간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고, 수십조원이 투입된 만큼 경제성과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 등의 이슈도 속속 대두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검증받아야 할 정부의 안이한 태도다. 시민단체들은 이달 초 “낙동강 수계(水系)인 창녕 함안보 하류에 거대 세굴(洗掘), 즉 강바닥 협곡이 만들어졌으며, 심화될 경우 보의 붕괴마저 우려된다”며 안전 문제를 꺼냈지만 국토해양부나 수자원공사가 한 일이라고는 “문제는 없다”는 보도자료가 전부였다. 이 문제가 시끄러워지자 ‘민관(民官)합동특별점검단 구성’을 추가했지만, 점검단 93명 모두를 자기편으로만 채워 국민들 화만 더 돋우고 있다. 4대강 사업의 공과(功過)를 따지는 데 뺄 수 없는 부분이 경제성 문제다. “경제적 타당성을 가졌고, 빠른 사업 추진이 올바른 판단이었다”는 국민 지지를 이끌어 낼 수만 있다면 정부로서도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사실이지 지류 정비 사업비를 포함한 사업비 37조원은 작년 교육 예산(41조원)에 버금가고, 국방 예산(31조원)을 훌쩍 넘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옛 사람들은 딸을 낳으면 텃밭에 오동나무를 심었다. 오동나무는 딸보다 훨씬 더 잘 나라서 그녀가 나이가 찰 때면 큰 나무가 된다. 딸이 정혼을 하면 그 아버지는 서둘러 오동을 베어서 시집에 보낼 장롱을 만들었다. 오동은 가볍고 무늬도 곱고 벌레도 먹지 않아 악기(樂器)나 고급 가구의 자재가 된다. 골동품을 오동나무 상자로 보호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오동을 심는 뜻이 이렇게 이기적인 단순함뿐일까. 딸을 시집보낼 때 장롱을 만들려고 미리 목재를 마련해 두려는 뜻 뿐 이였을까. 아니다 그보다 더 높은 뜻이 오동을 심는 부모의 마음에 담겨있다. 오동은 봉황(鳳凰)이 깃든다는 상서로운 나무다. 봉황은 상상의 신조(神鳥)지만 수컷은 ‘봉’, 암컷은 ‘황’이라고 한다. 봉황은 자웅 사이가 매우 좋아 부부애를 상징한다. 베개에 봉황을 수놓는 것도 이들의 사랑을 배우려는 의도다. ‘봉이 나매 황이 난다’는 말은 사랑하는 남녀의 천생연분을 의미한다. 그러니 딸의 아버지가 오동을 심은 뜻은 ‘봉’을 기다리는 ‘황의 아비’의 마음, 즉 좋은 사위를 맞으려는 데 있다. 그런 뜻으로 심은 오동나무는 딸처럼 사랑을 받으며 자란다. 그렇게 사랑해서 키운 나무를 딸의 갈 곳이 정해지면 가차없이 잘라낸다. 혼수를 빨리 만들려는 다급함 때문에 나무를 베어내는 것이 아니다. ‘봉’이 이미 내려와 앉은 나무, 그 사나이가 딸의 배필이 된다면 또 다른 ‘봉’은 필요없는 것이다. 까닭에 또 다른 ‘봉’이 내려앉지 못하도록 오동을 아예 베어서 시집에 보낼 가구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자녀들을 애지중지 키우지 못한 탓일까. 나이든 어른들에게는 충격적인 통계가 나왔다. 하루에 사랑을 맹세하는 초혼부부가 994쌍이라는데 헤어지는 이혼부부 역시 그 3분의 1인 323쌍이라고 한다. 혼인한 이들이야 거의 성인들이니 무엇이라 탓할 수는 없지만, 만나고 헤어짐이 너무 헤픈 것 같아 안타깝다.
요즘 4대강의 보와 시설을 찾는 방문객이 늘고 있다. 자전거도 타고, 트레킹도 하며 인공 친수(親水) 시설물이 주는 혜택을 고마워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정반대 목소리도 분명히 존재한다. 4대강 현장을 찾은 많은 이가 “4대강 사업에 그렇게 문제가 많다는데? 부실시공도 문제이고, 시설물 안전도 걱정된다.”라며 ‘초대형. 초단기사업’의 후유증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런 우려를 잠재우려면 정부는 앞으로 제기되는 모든 문제에 투명하고 공정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민관합동점검단처럼 자기편 인사들로만 채우는 태도로는 국민적 지지를 얻기 어렵다. 특히 국민의 신뢰를 잃은 사업은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