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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사람] "통일노래, 노래방서도 불려지길"

운영자 기자 입력 2014/12/28 15:19 수정 2014.12.28 15:19
김영수 서강대교수,오늘 대한민국 첫 통일음반 '통일 이야기' 발표

김영수 서강대교수.



"통일된 후 북한 주민들도 같이 노래방에서 부를 수 있는 '통일 노래'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영수 새조위 북한이탈주민적응센터 소장(서강대 정치학 교수)은 27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통일노래가 널리 애창됐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밝혔다.
통일운동 NGO '새조위'는 오는 29일 오후 6시 서강대학교 다산관 101호에서 대한민국 최초 통일음반 '통일 이야기' 발표회를 연다.
새조위는 올해 '북한말 개사 노래자랑', '탈북민 여정을 그린 무용극'에 이어 또 다른 지평을 넓히고자 '통일음반'을 기획했다.
가수 태진아의 '사모곡' 작곡자로 유명한 서승일씨가 9곡의 통일 노래를 작곡했다.
평소 노래방에 통일노래가 없어 아쉬워하던 김 소장은 서승일 작곡가에게 '만날수만 있다면', '통일 이야기', '휴전선', '한강에서 두만강까지' 등 4곡을 받아 열창한다.
김미녀 새조위 상임대표(배재대 겸임교수)도 '임진강', '꿈에라도 다시한번', '금강산', '아버지와 북녘하늘'을 부른다. 어릴때 부터 꿈꾸었던 아버지의 북녘 고향마을에 갈 수 있는 소원을 노래로 이룬다.
아울러 김미녀 대표와 김영수 소장이 듀엣곡으로 '철마의 꿈'을 연창한다.
다음은 김영수 교수 일문일답이다.
-'통일이야기' 발표회를 열게 된 계기는.
"서승일 작곡가와 나는 6~7년전 탈북민들 노래자랑 대회에서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 자격으로 처음 만났다. 대회를 마치고 어느 자리에서 북한 노래 한 두 곡을 불렀는데 서 작곡가께서 '내가 곡을 하나 만들었는데 불러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셨다. 나중에 '노래-김영수'라고 적힌 악보와 본인이 불러준 데모CD 등을 보내주셨다. 그때가 2008년인데 내가 부를 수 있는 수준의 노래가 아니라 그 동안 잊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 5월 서 작곡가께서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신 대표가 이전에 주신 곡을 묵히지 말고 불러보자고 해서 의지를 모았다."
-주변 반응은.
"신 대표가 KBS 방송에 나가서 피디들과 이야기했는데 최근 통일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 좋다고 했다더라. 서 작곡가가 가수 태진아를 발굴해 사모곡도 지어주셨다더라. 원래 유명한 작곡가인데 내가 문외한이라 무게감을 몰랐다. 서 작곡가에게 곡을 받으려고 평생을 기다린다는데 나는 4곡이나 받아놓고 그렇게 묵혀놓냐고 핀잔을 들었다."
-전문가들 평가는.
"전문 프로듀서들이 가사를 보면서 가슴이 찡할 정도로 좋다고 했다. 요즘에는 이런 노래들이 없고, 우리가 기성 가수들의 창법을 흉내내지 않아 좋다고 얘기하더라. 특히 예능국 피디들은 가수보다는 작곡가를 먼저 보는데, 만약 방송에 나가면 서승일 작곡가가 아직도 작곡을 하냐고 생각하실 것 같다. 특히 휴전선이란 곡이 굉장히 좋은 평을 얻었다. 또 서 작곡가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방송에 많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평했다."
-준비하면서 고민은 없었나.
"8월까지는 연습을 한달에 5~6번 연습했다. 중간에 한달 정도 쉬면서 대학 교수가 노래하고 음반내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시끄럽게 알리면서 살고 싶지 않을 뿐더러 학생들이 나에게 공부는 안하나 생각할까도 싶었다. 어떤 분은 나에게 평생 통일쪽 운동과 교육을 했던 사람이 이게 무슨 외도냐는 얘기도 해주셨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노래방에 통일이나 분단에 대한 노래가 없는 것 같아 아쉬웠고, 통일은 이유없이 해야 되는 것인데 우리가 너무 이성적인 판단만 앞세우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노래를 부르며 떠올리던 장면들이 있었나.
"올 2월 속초에서 이산가족상봉할 때 나이많은 아버지가 북한 딸과 헤어질때 '내가 너를 또 두고간다'라고 말하시는 걸 보고 '아 통일은 좀 하자'라고 생각했다. 이 노래에는 '우리가 다시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바람, 분단의 '한'과 '아픔' 들이 절절히 들어가 있다. 특히 '휴전선'이라는 노래가 참 좋다."
-신 대표에 대해 소개해달라.
"신 대표의 아버지는 북에 계시다 돌아가신 분이다. 신 대표는 고향지도를 그려주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늘 생각했다. '아버지와 북녘하늘'이라는 노래는 신 대표가 작사했다. 신 대표가 발표회때 안울면 다행이다."
-앨범 진행상황은.
"한 달 전에 녹음은 끝났고 현재 믹싱작업 중이다. 앨범자켓은 쑥스러워서 우리 사진 하나만 넣었다. 대신 가사를 크게 했다. 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시력이 별로 안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앨범 디자인은 일본에서 미술 공부를 하고 있는 신 대표의 따님이 보내준 그림으로 정했다. 그림에는 새가 이산가족 편지를 물고 휴전선으로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다른 앨범과는 다른 느낌으로 구성했다. 어디서 후원을 받는 것도 싫어서 신 대표와 내가 사비를 털어 진행 중이다."
-제작 비용 마련은 어떻게.
"통일부에서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부담주기 싫어 거절했다. 그런데 마침 통일부 산하에 통일문화과가 새로 신설된다고 해 통일부에서도 관심 가질 것. 일부러 그런건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정부의 바람과 맞게 되기도 했다. 이산가족상봉이나 통일되는 과정에서 그때 그때 노래가 가끔 불려졌으면 한다. 주변에선 스폰서도 구하자고 했는데 우리끼리 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 지금까지 후원받지 않고 강연료와 원고료로 운영하고 있다. 스튜디오 빌리고 편곡과 코러스 비용 등으로 1인당 1000만원 이상 들었다.
-음반은 어떤 방식으로 판매하나.
"CD는 2000장 정도 찍기로 했다. 처음에는 비매품으로 하려 했는데 저작권법 등 여러 가지 문제 등을 고려해서 5000원이든 7000원이든 돈을 받고 팔아 수익이 들어오면 탈북동포를 돕는데 쓰자고 결심했다. 음반 등록도 비영리단체인 '새조위'로 하기로 했다. 여느 기업체에서 100장을 주문하면 돈 대신 기부를 해달라고 할 예정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기부해서 좋고, 우리는 기부금으로 목적사업에 써서 좋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번 통일음반이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지.
"사람들에게 생각의 전환을 가져올 것 같다. '딱딱한 이데올로기적 노래가 아니라 심금을 울리는 노래도 있네', '공부하고 연구하던 대학교수도 노래를 부르네'라고 말이다. 나도 학교에서 부총장까지 했기에 운신을 가볍게 하기 쉽지 않지만 이번 활동을 엉뚱한 외도라 생각하진 않는다. 이번 발표회에 서 작곡가를 직접 부르고 싶지만 치매에 걸리셔서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대신 서 작곡가의 부인이신 김경숙씨가 사모곡을 부를 예정이다. 서 작곡가의 건강악화 등으로 가정형편이 어렵다고 들었는데 이 곡으로 저작권료를 받게 되면 가정형편도 훨씬 나아질 것 같다."
-통일노래를 분단국가에서 부른다는게 어떤 의미.
"통일에 대한 감성, 느낌은 세대별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노래는 노랫말 속에서 그 차이를 희석해주는 역할이라 본다. 노래는 지역과 세대, 성별 등 차이를 건너뛸 수 있는 제일 멋진 마데카솔이다. 분단의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는게 노래다. 분단의 힐링 역할을 할 것이다."
-좋은 첫 걸음이 될 것 같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것을 한번 해봤다. 세대를 극복해서 통일 분단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건 노래밖에 없겠다고 확신했다. 이제는 아이돌 그룹들도 통일음악을 긍정적인 면으로 불러줬으면 한다. 올해 대중가요 평가를 보니 '유명 작곡가, 작사자에게 집중돼 다양성이 없는 한해'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연말에 한번 보여주겠어'라고 농담삼아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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